'36주 낙태' 병원장, 태아 시신 화장...'살인' 입증 복잡해질까

2024-08-19 09:54
태아 화장 시 '사산' 증명서 업체 제출해야

임신 36주였던 20대 여성 A씨가 낙태 과정을 담았던 브이로그 영상 [사진=유튜브 갈무리]

'36주 낙태 브이로그'가 실제 사건으로 밝혀진 가운데, 해당 낙태 수술을 집도한 70대 병원장이 당시 태아를 화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아를 화장하려면 사전에 사산 증명서를 화장 업체에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병원장이 주장하는 사산(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사망)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경찰의 경찰이 20대 여성 A씨와 병원장을 향한 살인 혐의 입증이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36주 낙태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린 A씨에게 수술을 해준 수도권 B병원의 70대 병원장이 태아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화장 처리했다는 확인서도 화장 업체로부터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신 4개월(12~16주) 이전 사산아는 의료폐기물로 간주돼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처리된다. 그 기간을 넘어선 태아가 사산하면 시신으로 규정해 반드시 매장 또는 화장을 해야 한다. 

사산 시에는 △사산아 부모의 인적사항(성명, 연령, 직업, 주소 등) △사산의 종류(자연 사산, 인공 임신중지 등) △사산 원인 등을 기재한 사산 증명서를 화장 업체에 내야 한다. 

앞서 이 병원장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의료기록도 사산으로 기재돼 있었다. 

다만 B병원 측이 화장 업체에 제출한 서류 내용이 허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19년 4월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살인죄를 규명하려면 산모의 몸에서 꺼냈을 때 살아있는 아이를 의료진이 사망하게 했는지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형법 250조는 살인죄를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판례상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간주한다. 

B병원 내부에는 수술 당시를 확인할 만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경찰은 의료기록 분석과 해당 수술에 참여한 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