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황혼이혼 23.5% 역대 최고…'제2인생 설계' 늘어

2024-08-13 09:59
평균 수명 증가·성격 차이 못 견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2022년 이혼한 부부 중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 이혼'의 비율이 23.5%에 달해 통계가 작성된 1947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일본의 이혼 건수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황혼이혼 건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부부의 노후'가 길어지면서 인생을 재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22년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혼 건수는 17만 9099쌍(동거기간 미상 1만2894쌍 포함)으로 감소 추세다. 정점을 찍었던 2002년의 28만9836쌍에 비해 약 40% 줄었다.

반면 동거기간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8991쌍으로 최근 20여년 간 4만쌍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 이혼한 부부를 동거기간별로 살펴보면 20년 이상~25년 미만이 1만6404쌍, 25~30년이 1만829쌍, 30~35년이 5192쌍, 35년 이상이 6566쌍으로 나타났다. 동거기간 5년 미만 이혼이 5만2606쌍(전체의 30%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 수와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인구 감소 등으로 혼인 건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령 이혼 비율이 높아지는 배경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장수 사회의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꼽히는데, 법적 노인 연령인 65세 이상 비율이 지난해 기준 29.1%다. 

NPO법인 일본가족문제상담연맹 이사장이자 이혼 상담가인 오카노 아츠코씨는 "전후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자녀가 독립하면 정년 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로 인해 성격 불일치 등으로 함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부부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혼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버블 세대는 꾸준히 상승하는 연봉을 전제로 소비 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정년 퇴직 후) 낮아진 연봉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우자를 탓하게 되기도 하면서 이혼 문제로 발전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방책으로 50대에 접어들기 전에 연봉 감소를 상정해 가계를 재검토하고, 부부가 함께 노후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한국도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인 황혼 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중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 이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