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기' 준비 마친 민주...강령에 '기본사회' 명시·'공천' 불복 땐 중징계

2024-08-12 16:25
12일 중앙위 열어 강령·당헌 개정안 채택
경선 불복→공천 불복으로 개념 확대...10년간 입후보 제한
김두관 "이재명의 민주당...정권 탈환 장애물 될 것"

김병주(왼쪽부터)·강선우·정봉주·민형배 최고위원 후보, 김지수·김두관·이재명 당 대표 후보, 김민석·이언주·한준호·전현희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1일 대전 서구 배재대 스포렉스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고 당 강령 전문에 이재명 전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명시하는 개정안을 채택했다. 더불어 '경선 불복' 후보자에게 가해지던 제재를 '공천 불복' 후보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2026년 지방선거까지 포함해 '이재명 2기' 지도부 체제의 영향력을 확실히 해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날 제6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어기구 당 중앙위원회 부의장은 중앙위원 564명 중 424명(75.18%)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397명(93.63%), 반대 27명(6.37%)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 강령 개정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본사회'다. 강령 전문에는 '우리 당이 원하는 나라·사회·국가'를 규정했는데, 그중에 '사회경제적 양극화·불평등 극복,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 보장'이라는 기본사회 개념이 포함돼 있다. 경제·일자리·노동·정치·자치분권 등 13개 정책 분야에 대한 각 정책 목표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 전 대표의 '기본사회' 정책을 강령 전문에 반영한 것이다. 당 대표가 바뀌면서 강령을 개정하는 건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도 특정인의 정책을 당 강령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란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강령은 보통 합당할 때 바꾸는 편이다.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정치인들이 당을 합칠 때 주로 강령을 다듬는다"며 흔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앙위는 이날 당헌 개정안도 찬성 394명(92.92%), 반대 32명(7.08%)으로 의결했다. 당헌 개정안의 경우 '경선 불복 후보자'에 대해 적용해 온 향후 10년 입후보 제재 규정을 '공천 불복 후보자'로 변경해 적용 범위를 넓혔다. 공천 불복 후보자는 당헌 100조에 따라 당의 결정에 불복해서 탈당 등 당의 공천권을 무력화한 자로 정의했다.

이를 두고 후보자가 중앙당의 전략공천 결정이나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에 항의한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미 선거법상 당 경선에서 탈락한 경우 탈당하더라도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어 '경선 불복'이라는 말의 효과가 사라졌다"면서 "(효과가 없는) 경선 불복이라는 말을 공천 불복의 개념으로 바꾼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2기 지도부가 2026년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의 입맛대로 '고무줄 공천'이 작동할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현역 의원평가 하위 10%를 받은 박용진 전 의원은 당시 당에 재심을 신청하며 공천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나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납득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을 두고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당내 다양성을 확보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친명(친이재명) 강성 단체인 '개딸(개혁의 딸)·더민주전국혁신회'와 거리를 둘 것을 주장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 반대'로 전당대회에 도전한 김 후보는 후보별 누적 득표율 9.34%로 이 전 대표(89.21%)에게 밀리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후보는 "'찍히면 죽는다'라는 검은 그림자가 일상처럼 당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 민주당은 위기"라며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실천하는 다양성과 민주성, 역동성이 사라져, 총재 시절보다 더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돼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고위원 후보 경선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반발도 터져나왔다. 정봉주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팔이'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전당대회가 끝을 향해 갈수록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 후보에 대한 공세가 심해지고, '명심'(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의중) 후보들에게 밀려 경선 누적 득표 순위가 내려가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이 전 대표 비방 논란'에 대해서는 "진의가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의 '개딸과의 결별' '혁신회의 해산' 촉구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선거가 끝나면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