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국내증시, 美빅테크 실적이 좌지우지…코스피 예상밴드 2700~2830p
2024-08-03 06:00
이번주 유가증권시장은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의 '고용위험' 발언 이후 4년 5개월만에 100포인트(P) 이상 하락하며 '검은 금요일'을 맞이했다. 증권가는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수익화 우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는 2700~2830포인트로 추정된다. 관심업종은 반도체, 장비, 전력설비, 조선, 원전, 방산주가 꼽혔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1.49p(-3.65%) 하락한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전날보다 58.29p(2.10%) 내린 2719.39로 출발했다.
하락률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약 4년 만, 지수 하락폭은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개장 직후 잠시 2720선까지 올라왔지만, 장중 111.28포인트(4.00%) 내린 2666.40까지 떨어지는 등 상승분을 반납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기존 예상치보다 더 나빠졌다는 신호를 보낸 영향 때문이다. 3대 미국 지수도 모두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는 9월 금리 인하가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라며 "9월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며 선반영된 상황에서 경기둔화 지표는 더 이상 금리인하 기대감이 아닌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금융위기 수준이 아니라는 점, 한국은 수출 성장을 기반으로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 등 펀더멘털 증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코스피의 조정폭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리세션이 임박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전미경제연구소(NBER) 기준상 현재 가계조사 고용을 제외한 어떤 지표도 후퇴는 없다. 특히 소비, 고용 지표가 감소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주가는 빅테크 기업의 실적과 가이던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이례적으로 높게 집계되지만 않는다면,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50bp 인하 등 급격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확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는 시설투자(CAPEX) 투자 규모나 실적 관련 매크로 지표 등 빅테크 기업 실적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지만, 과도한 하락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고 주가 반등을 시도하는 중이다. 빅테크 기업의 자본 지출 규모 확대 발표는 AI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반도체 및 IT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번 분기 자본 지출액을 190억 달러로 발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알파벳도 분기 자본 지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132억 달러로 발표하는 등 빅테크 기업의 CAPEX 투자액은 증가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는 투자자의 눈높이가 높았다는 점을 제외하고 양호한 편으로 해석된다. 나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의 자본 지출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한국 반도체 수출 추이도 호조세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존 주도주인 반도체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종의 비중은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이란 전쟁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해 만약 유가가 현 수준에서 급격히 높아질 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 연구원은 "전쟁 리스크 제외 시 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맞춰진 이후 주가상승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