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해 못 걷은 과징금 2800억원…이유 없는 '임의체납' 4년째↑

2024-08-03 06:00
임의체납액 780억원…1년 전보다 132억원↑
공정위 "폐문부재 부지기수…경기침체 영향 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중 2800억원가량을 걷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납 과징금 가운데 정당한 사유 없이 징수하지 못하는 임의체납 액수도 4년째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위는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임의체납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1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의 과징금 미수납액은 2851억5100만원이다. 지난해 과징금 징수결정액 8375억5700만원 중 35.1%가량을 걷지 못한 것이다. 다만 전년(5330억3000만원) 대비로는 46.5% 줄었다.

공정위의 과징금은 공정거래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제재금으로  납부기한은 고지서 발부일부터 60일이다. 구체적으로 과징금은 납기가 도래하지 않은 납기 미도래, 집행정지 인용 등으로 징수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징수유예, 정당한 미수납 사유 없이 징수되지 않고 있는 임의체납 등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임의체납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정위의 과징금 임의체납액은 780억6000만원으로 전년(647억5400만원) 대비 132억5200만원 늘었다. 임의체납액 규모는 지난 2020년 이후 4년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 미수납액 중 임의체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7.4%로 3년째 늘어나고 있다.

체납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임의체납액 중 247억9500만원은 국가채권의 소멸 시효인 5년을 초과했다. 지난해 5년 이상 임의체납액의 비중은 31.7%로 3년째 늘어나고 있다. 압류조치 등으로 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했지만 징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체납액이 누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예정처는 과징금이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에 대한 제재인 만큼 정당한 사유 없는 체납액이 증가하는 것은 법 집행과 제재 처분의 실효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또 적기에 징수하지 못해 증가 추세에 있는 누적 장기체납액을 불납결손 처리할 경우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정처는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기관의 존재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유관기관 협조를 통한 체납자 은닉 재산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강제징수를 통해 수납실적을 높여 미수납 채권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공정위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징수팀의 현장방문이나 국토교통부, 한국자산관리공사, 지자체 등 유관기관을 통해 부동산·동산 소유 현황과 지방세 납부현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징수팀이 회사 소재지를 방문해도 폐문부재인 상황이거나 이미 폐업한 회사인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연락이 닿아도 자산이 없어 압류를 못 하는 사례도 많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 임의체납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 부진이 한동안 이어졌던 영향도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