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스파이 혐의' 美 WSJ 기자에 징역 16년 선고

2024-07-20 13:18
양국 수감자 교환 가능성 거론
바이든 "저널리즘은 범죄 아냐"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 [사진=타스·연합뉴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타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19일(현지시간) 재판에서 게르시코비치의 간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 2023년 3월 취재를 위해 예카테린부르크로 향했다가 미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후 줄곧 감옥에 갇혀 있었다.

안드레이 미네예프 판사는 "게르시코비치에게 '엄격한 교도소'에서 징역 16년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엄격한 교도소는 통상 중범죄의 상습범이나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초범을 수용한다.

게르시코비치는 질문이 있느냐는 미네예프 판사의 물음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머리를 모두 밀고 수염이 거뭇하게 자란 모습의 게르시코비치는 간혹 미소를 지었지만 무표정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러시아 검찰은 게르시코비치에게 징역 18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게르시코비치의 간첩 혐의를 서류로 확인하고 입증했다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검찰은 지난달 기소하면서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스베르들롭스크에서 군사 장비를 생산·수리하는 군수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종결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 간 수감자 교환 가능성의 길이 열렸다는 예측도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 러시아와 미국 정보 당국이 수감자 교환 문제로 지속해서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전날 "477일에 걸친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부당한 체포는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으며 이제 끝나야 한다. 우리는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며 "에반은 기자로서 자기 일을 했을 뿐이고 저널리즘은 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의 석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