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잇(IT)스토리] "美 AI 투자 세계 62% 차지…韓 한참 못 미쳐"
2024-07-10 17:30
미국 투자 규모 압도적 1위…EU 8%로 2위
한국 정부, 내년 AI R&D에 1조원 투자
한국 정부, 내년 AI R&D에 1조원 투자
한국이 생성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서 세계 3위권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관련 투자는 10위권 수준에 머물면서 다른 선도 국가들에 비해 다소 저조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AI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투자 규모가 전 세계 62%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정부·민간 분야 AI 투자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부와 민간 투자를 합친 전 세계 AI 투자액이 1419억 달러(약 196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329억 달러) 대비 4.3배 성장한 규모다.
지난해 정부 투자는 6%였고 민간 AI 투자가 1328억 달러로 94%에 달했다. 민간 AI 투자는 2021년까지 빠르게 성장하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위축이 이어졌지만, 오픈AI나 앤스로픽과 같은 생성AI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글로벌 VC에서 지난해 AI 투자 비중은 전년 대비 10%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투자는 AI 연구·개발(R&D)에 집중됐다. 미 연방정부의 부처 산하 AI R&D와 국방 관련 R&D 예산은 각각 30억9000만 달러(약 4조원)와 38억 달러(약 5조원)였다. 민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투자 분야는 705억 달러(약 97조4000억원)가 투자된 소프트웨어였고, 데이터분석(619억 달러·약 85조5000억원), 하드웨어(207억 달러·약 28조6000억원) 등 순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투자 규모 2위를 차지한 EU는 미국과 중국 등에 뒤처지고 있는 AI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20억 유로(약 2조8000억원)를 인프라에 투자했다. EU 역시 민간 투자 규모에서 가장 높은 영역은 소프트웨어(120억 달러)였다. 특히 다른 국가와 비교해 얼굴인식 분야와 공공 분야에서 AI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 투자를 선도하는 6개 국가(미국, 중국, EU, 캐나다, 영국, 일본)를 선정해 AI 투자 현황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AI 투자액에 대한 기초자료도 확보했지만 주요 6개국 분석 결과를 위주로 실었다고 덧붙였다.
NIA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전체 국가 중 10위권 내에 포함되지만, 투자 금액은 일본이나 캐나다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전체의 2.4%, 캐나다가 3.1%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2% 초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세계 3위 수준의 AI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급변하는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민간 투자 활성화는 물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 AI 이노베이션센터장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AI 이용자 글로벌 현황을 보면 한국은 전 세계 20위권 안에도 들어있지 않다"면서 "AI 확산 측면에서 지역격차도 심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AI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AI R&D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 8000억원보다 35.5%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차세대 범용인공지능(AGI), AI 안전 기술, AI반도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독자기술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