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문자 파동 '점입가경'…친윤, '한동훈 쳐내기' 본격화
2024-07-09 15:21
당권주자, 韓에 '정무적 실수' 십자포화
친한계 "친윤·원희룡 캠프가 문자파동 주도"
친한계 "친윤·원희룡 캠프가 문자파동 주도"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보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의 '한동훈 쳐내기'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를 통해 한 후보가 총선 정국에서 처신을 잘못했다는 질타가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한 후보를 쳐내기 위한 친윤계의 정치 공작이란 지적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총선 기간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4일 최초로 구체적인 텔레그램 문자 내용이 수면에 떠오른 뒤, 전날인 8일엔 언론을 통해 5건의 메시지 원문까지 공개됐다.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의 취지는 야권에서 주도하는 자신의 특검법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였다. 한 후보는 5건의 메시지에 전부 답을 하지 않았다. 당정 사이에 공적 채널을 통해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인 만큼, 텔레그램을 통한 사적 소통은 옳지 않았다는 게 한 후보 측 설명이다.
당권주자들은 하지만 한 후보가 '정무적 실수'를 저질렀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한 후보와 특히 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지난 7일 "윤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의 관계가 공적인 문제를 논의하면 안 되는 사적인 관계냐"며 "(문자 무시는) 기본적 도리와 예의를 외면한 모욕"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후보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당내 중진 의원 중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자에 대한 진실 공방이 아니라 한 후보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며 "한 후보 측에서 제기하는 김 여사 사과의 진정성 여부와 공과 사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친윤계가 이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 후보 측은 이번 문자 논란을 주도한 세력이 문제라며 반박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인 장동혁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친윤 인사와 원희룡 캠프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 여사와의 사적 대화 원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손해를 본 것은 한 후보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원외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4·10 총선을 거치면서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걸 (용산이) 원할 리 없다. 게다가 친윤계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한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데, 문자 내용이 어디서 유출됐을지는 삼척동자도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가 지금 상황을 두고 '자해적 행태'라고 꼬집었는데, 한 후보를 쳐내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렇게 암투와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나오면 당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