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0분 만에 아파트 한 가구 완성···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 현장서 미래 건설업 만나다
2024-07-08 13:50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 현장 가보니
"이동식 크레인을 통해 트레일러에 실린 모듈러 주택을 아파트 골조에 설치하는데 30분 가량 소요됩니다. 모듈러 공법을 통해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기 단축이 가능해졌지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세종시에 건설되고 있는 공공 부문 모듈러 주택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7층 규모 416가구를 모듈러 방식으로 건설하는 세종6-3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 단지는 LH가 발주하고, 계룡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며, 포스코A&C가 모듈러 주택을 제작한다. 가구수 기준으로 모듈러 주택 중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4일 오전 기자가 찾은 건설 현장은 모듈러 주택을 결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포스코A&C 공장에서 제작된 21제곱미터(㎡) 구조의 무게 23톤(t) 모듈러 주택 한 개가 화물차로 현장에 도착했다.
모듈러 주택의 장점은 공사 기간의 단축만이 아니다. 최근 건설 현장 곳곳에서 숙련된 기능인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듈러 주택의 경우 공장에서 만든 주택 모듈을 운반해 온 뒤 현장에서 조립·설치만 하면 돼 숙련 기능 인력의 수요가 많지 않다.
균등한 품질도 모듈러 주택의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모델하우스와 실제 완공된 주택과 차이가 크다.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이거니와 현장에서 건설할 때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하고 고객이 직접 본 그대로를 주문할 수 있다.
노태극 LH 주거혁신처 팀장은 "모듈러 주택의 경우 건설 현장에서 계획이 바뀌는 일이 없어 모델 하우스와 큰 차이가 없는 실물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모듈러가 대세다. 미국과 영국 등 수십층 건물들이 이미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고 세계적인 호텔체인들이 도심 호텔들을 모듈러공법으로 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이제 발걸음을 뗐다. 최고층 모듈러 주택은 용인에 위치한 행복주택으로 13층이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기준 8055억원에 불과하다.
짧은 공기와 우수한 품질 등 장점에도 높은 공사비는 걸림돌이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영향이다. LH는 모듈러 주택 시장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연간 착공물량의 10%를 모듈러 주택으로 발주할 계획이다. LH의 연간 착공 물량이 5만 가구 가량인데 10%이면 5000가구를 모듈러 주택으로 짓겠다는 의미다. LH는 의왕초평지구에 20층 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도 지을 계획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올해 말부터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물량을 점차 확대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될 것”이라며 “LH가 모듈러주택 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