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골프史] 31세로 단명한 스코틀랜드 천재 골퍼

2024-07-03 06:00
11세부터 골프 친 윌리 앤더슨
US 오픈·웨스턴 오픈서 4승씩
1910년 간질로 유명 달리해

'절친' 알렉스 스미스의 어깨에 왼쪽 팔을 올린 윌리 앤더슨(중앙). 앤더슨은 US 오픈과 웨스턴 오픈에서 4승씩을 기록하고, 31세로 요절했다. [사진=라 벨레 골프클럽]
1904년 7월 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라피드에 위치한 켄트 컨트리클럽. 이날 이곳에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된 대회인 웨스턴 오픈이 개최됐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절친 두 선수가 우승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윌리 앤더슨이 전년도 우승자인 알렉스 스미스를 4타 차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앤더슨의 두 번째 웨스턴 오픈 우승이었다. 그는 이 대회 첫 다승자로 기록됐다. 앤더슨은 이후 두 차례 더 우승컵을 들었다. 1908년과 1909년이다.

당시 이 대회는 메이저 대회로 분류됐다.

앤더슨은 이 대회에서만 4승을 거둔 것이 아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US 오픈에서 1901년, 1903년, 1904년, 1905년 우승했다. 역사상 최초로 4승을 기록한 선수다.

전설적 골퍼인 보비 존스,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 등이 앤더슨을 뒤따랐다.

앤더슨이 처음 US 오픈에 출전한 것은 1897년이다. 마지막 출전은 1910년이다. 14회 출전해 상위 5위에 11회 올랐다. 이 중 우승은 4회에 달한다. 

두 큰 대회에서 4승씩을 거둔 천재 골퍼는 1910년 유명을 달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체스트넛 힐에서다. 당시 나이는 31세였다.

숨을 거두기 며칠 전까지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공식적인 사망 사유는 간질이다. 1995년 골프 역사가인 로버트 소머스는 "술에 취해 죽었다"는 주장을 했다.

1879년 10월 21일, 스코틀랜드 이스트 로디언의 노스 버윅에서 태어난 앤더슨은 11세부터 골프를 치며 캐디와 클럽 제작 일을 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18세 때다. 아버지, 동생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미국행 배인 S.S 포메라니안에 탑승했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 해부터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프로골퍼들은 생계유지가 어려웠다. 앤더슨은 14년 동안 10개의 골프클럽에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1975년이다.

헌액 당시 소개된 글에는 "앤더슨은 근육질 어깨, 건장한 팔뚝, 유난히 큰 손을 가졌다. 당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특징인 세인트앤드루스 스윙을 구사했다. 많은 이가 이를 잘못된 스윙이라 했지만, 일관성이 있었다. 그는 골프가방에 8개의 채만을 갖고 다녔다. 8개 모두 능숙하게 다뤘다"고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