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元 연대 흐려지자 미소짓는 韓

2024-06-30 17:58
'한동훈 배신자' 비판 설득력 낮아
韓, 특검 조건부 수용으로 차별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나경원 의원(왼쪽부터)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파전으로 시작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약 3주 가량 남은 가운데 한동훈 후보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보수 정당에서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당 대표로서 뚜렷한 강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한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만 연일 강화하고 있다. 또 변수로 꼽혔던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나 후보가 강하게 선을 긋고 있어 '한동훈 대세론'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1강(한동훈)-2중(나경원·원희룡)-1약(윤상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후보가 당대표 적합도에서 다른 후보들을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줄지어 나오고 있다.

한동훈 캠프 내에서는 당대표 경선 방식이 '당원투표 80%·국민 여론조사 20%' 반영으로 확정된 만큼, 민심의 우위를 점한 현 상황이 고무적이라는 분위기다. 캠프 고위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진 않지만 갈수록 우리 당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열세 상황에서 '친윤(친윤석열)' 후보로 분류되는 원 후보는 양강 구도 전환을 위해 나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나 후보의 거부 의사가 워낙 강한 탓에 단일화 논의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나 후보는 29일과 30일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듭 연대설을 부인했고, 원 후보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다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한 후보에 대한 비토 기류가 꾸준히 흐르는 상태라 향후 2위권 후보를 중심으로 세(勢) 규합을 모색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한동훈 캠프 측 관계자는 연대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면서도 "정치공학적 단일화에 당원과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지지를 보내줄까 의심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권주자들이 한 후보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띄워 협공을 가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29일 한 후보를 향해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 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도 같은 날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도 앞서 "절윤(윤석열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동훈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모든 당권주자들이 배신 운운하며 인신공격성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아무리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고 역공했다.

또한 한 후보는 범야권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히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당정은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정했고, 나머지 세 후보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 후보가 '국민 여론'을 이유로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각에선 '당정 관계 재정립'이 가능한 유일한 후보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