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체 보증지급 청구 2년새 70% 증가…하청업 '폐업 도미노' 이어진다

2024-06-24 20:10

공사가 멈춘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건설 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이 맞물리며 건설사들이 흔들리자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체들의 상황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가중되면 중소 규모의 하도급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쓰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따르면 전문건설사들의 보증지급금 청구액은 올 들어 5월까지 1086억원으로 집계돼 2년 전인 2022년 1~5월(645억원)보다 68%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7억원에 비해서는 18% 증가했다. 

보증금 청구액은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 보증에 가입한 조합원사가 공사대금 등을 받기 위해 청구한 금액이다. 보증금 청구액의 증가는 곧 부동산 PF 위기 확대에 따라 건설기업 부실이 증가하며 다수의 협력업체로 피해가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연간으로도 보증지급금 청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청구액은 총 2354억원으로 2022년(1912억원)보다 23% 증가했다. 2021년 1531억원과 비교해서는 54% 늘어난 수치다. 

영세한 하도급업체가 대부분인 전문건설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까닭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자금경색에 시달리다가 도산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경북의 한 토목공사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원청사들이 부실기업으로 파산,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특히 지방의 전문건설사들은 생존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못 받거나, 받더라도 당초 계약금액에서 30~40% 깎이면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종합건설사 폐업신고가 277건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전문건설업체 폐업신고는 147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문 닫은 전문건설업체는 2987곳으로, 2022년(2525곳)보다 18% 늘었다. 이 기간 종합건설사 폐업(362곳→581곳)이 늘면서 전문건설사도 도미노로 타격을 받은 셈이다. 

전문건설업체의 파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237억원인 전문건설사 태광건설은 지난달 24일 파산선고를 받았고 삼우종합건설, 송림건설 등도 지난 3~4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중대형 건설사와 달리 전문건설사는 자금 여력 등이 낮아 회생절차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현토건은 법원이 정한 기간 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해 지난 18일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됐다. 올 들어 지금까지 부도 난 전문건설업체도 11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4곳)보다 3배가량 늘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부동산 PF 연착륙' 방안을 통해 5000여개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평가해 부실사업장은 정리하고 우량사업장에는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PF 부실 기업의 법정관리가 결정되고, 부실 사업장이 구조조정으로 부도나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이에 따른 하도급대금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가 발급된 현장의 경우 전문건설업체 피해가 최소화되겠지만, 지급보증서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발주자 직불 등으로 대체된 현장에서는 발주자 재정 상태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보증기관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약관이 달라 하도급업체의 대응이 쉽지 않고, 보증기관의 불합리한 약관 적용에 따라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보증기관의 약관 표준화가 요구된다"며 "또 민간공사 직불합의 시에도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