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일본, 한국에 안보·방산 파트너십 '각광'...북·중·러 '견제'

2024-06-24 15:00
러 우방, 군사위협 고조에 美·EU, 日·韓 방산협력 강화
EU, 일본과 '쌍방 이익'...EU 회원국, 한국 방산 단골
美, 日 방산 적극 역할 기대..."속도가 중요"

일본 자위대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 부대. [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지난주 순방 후 유럽과 미국이 일본·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안보, 방위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한일 양국에 방위 장비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을 검토 중이라 밝혔고, 미국은 일본에서 미국제 무기를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3일 EU가 한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새 파트너십이 방위 장비의 공동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보도했다. EU는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등 국가와 안보·방위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와 유사한 파트너십을 맺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의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강조하며 한·일과 파트너십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매체는 전했다.

EU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회원국 공동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을 늘리고 있다. 다만 EU 단독으로 자체 개발하는 데 한계를 느껴 일본과 한국 등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닛케이에 일본-EU 관계 개선 목표 가운데 하나가 '안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협력 강화는 EU와 일본 양쪽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EU와 일본은 방산 분야 규모가 작고 미국제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EU는 역내 방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일본 기업을 참여시켜 자금을 제공해 군사 장비 공급처의 다변화를 노리고 있고, 일본은 EU 지원으로 비용 절감하고 판로를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역내 각료급 회의를 통해 파트너십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걸 목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미 EU 회원국인 폴란드에 대량의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루마니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도 한국산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도 일본에 더 많은 안보·방산 분야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람 에마뉘엘 주일 미국 대사는 이날 보도된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일본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품 재고량 확보를 위해 양국 간 미사일, 첨단무기 공동 생산을 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에마뉘엘 대사는 미·일 양국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에 방산 분야 기술이전 속도를 높이고, 일본은 방산 수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짚었다.

FT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 방산업체 무기를 위탁생산 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은 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등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패트리엇 미사일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에마뉘엘 대사는 미국이 파트너국과 무기를 공동생산 할 때 핵심 기술 이전 승인까지 수년간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시간적 소모를 할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6월 초 미국과 일본 국방부 고위 관료는 방산 협력 촉진을 위한 회담에서 일본에 주둔 중인 미 군함의 공동 수리와 유지·보수 방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에마뉘엘 대사는 일본 내 조선소를 이용해 유지·보수를 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탈할 필요가 없다며 일본 내에 방산 제품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