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상자산 과세 도입 미뤄지나...주식 차익 금투세와 형평성 대두

2024-06-29 06:00
기타소득으로 볼지 금융투자소득으로 볼지 쟁점
금투세 폐지되면서 사라지는 가상자산세

 
대표적 가상자산 비트코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세 과세를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검토 등 감세 분위기에 가상자산세 도입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을 담을지 고심하고 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상자산세는 지난해부터 도입돼야 했지만 과세 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022년 세법개정안에 이를 유예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과세가 연기됐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기조가 금투세 폐지 쪽으로 기울면서 가상자산세 도입도 유예가 유력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세는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부과하는 구조다. 정부가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주식과 비슷한 투자처로 꼽히는 가상자산에만 과세가 이뤄질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예상정책연구에 실린 '가상자산소득 관련 세법상 과세 쟁점'에서 정연대 세무사 등은 "현재는 단일 거래소 내의 이동을 제외하고 가상자산의 경로와 거래 내용 추적·확인이 어렵다"며 "가상자산의 투자 행태, 유사 자산의 소득 구분, 세부담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가상자산 소득은 금융투자 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가상자산세가 무리한 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세무사 등은 "가상자산소득 과세를 새롭게 시행하기 위한 과세기반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한 무리한 입법"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세수 추계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상자산세 유예에 힘을 싣고 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세 도입을 미루거나 완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공제 한도를 5000만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국민의힘은 가상자산세를 추가 연기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국회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코인과세 유예 청원이 5만명을 넘는 등 여론도 호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