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산 체인' 순방 마무리…러·베트남 "적대국과 동맹 안맺어"

2024-06-20 17:39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에너지 등 11개 문서 서명
'깊은 유대' 뽐내…항공·조선 분야 및 아세안 협력 노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이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스푸트니크통신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대급 밀착을 과시한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찾아 '공산권 순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서방의 강력한 러시아 고립 노력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서방에 맞서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성큼 다가갔다.

2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대러 제재에도 불구하고 "동양에 친구가 있다"는 메시지를 서방 세계에 보냈다.

베트남은 국빈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하노이 주석궁에서 또 럼 국가주석의 의전을 받으며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상대국과 적대하는 제3국과는 서로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럼 주석이 밝혔다. 그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서로의 독립·주권과 영토의 온전성을 해치는 제3국들과의 동맹과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 포위망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양국 정상은 국방·안보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분야 등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지난 30년간의 우호 관계에 기초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양국은 신규 석유 시추 및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신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 '원자력과학기술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외에 양국 정상은 국가별 대학 간 협력에 대한 서명을 포함해 최소 11개 문서에 서명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루블화와 동화 결제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등과의 루블화 결제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럼 주석은 베트남 독립 투쟁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독립을 위한 투쟁에서 러시아 국민이 베트남에 제공한 사심 없는 지원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한다"며 "러시아는 베트남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구소련 시절 설계된 구식 모델인 일류신(IL)-96을 이번 순방에 전용기로 택하며, 과거 영광을 과시했다.

베트남은 더 나아가 주요 20개국(G20),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등 아시아권 국가 간 협의체와 러시아 간 대화를 촉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세안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 회원국이 있다. 럼 주석은 "우리는 국제법에 기초해야 하는 아세안의 중심 역할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와 협력의 구조를 옹호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항공·조선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드미트리 슈가예프 러시아 군사기술협력국 국장은 회담 후 베트남측이 항공, 조선 분야에서 군사기술협력(MTC) 개발에 관심이 있다며 러시아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슈가예프는 "베트남은 해군력 강화에 관심이 있다"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수십 년간 이어온 관계를 발전시킬 준비가 됐다"고 타스 통신에 전했다.

베트남이 브릭스(BRICS) 가입을 노리는 점도 푸틴 대통령의 방문으로 이어졌다는 평도 있다. 러시아는 올해 브릭스 의장국으로, 오는 10월 브릭스 정상회의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다. 판 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5월 "브릭스 회원국 확대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다자 기구 참여에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