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한·일·중 3국 협력 체제 복원과 정상화의 길

2024-06-06 11:37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한일 국방장관은 지난 6월 1일 열린 회담에서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에 합의했다. 사건 발생 후 5년 반 만에 서태평양해군 심포지엄에서 채택된 ‘해상에서 우발적 조우 시 신호 규칙(CUES)’이 준수되도록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일종의 봉합을 시도한 것이다.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함정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가 접근하면서 발생했다. 한국 측은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함이 자국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추적 레이더(STIR)로 조사(照射)했다고 주장해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일 국방장관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레이더 조사에 관해서는 “한일·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정체시킬 수 있는 2018년 12월…발생한 사건과 유사한 사안”이라고만 언급하는 데 그쳤지만, 자국 견해를 바꾸지 않으면서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국 국방장관은 핵심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한일 안보 협력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국방 차관급 회의 연례화, 국방정책 실무회의 재개, 한국군과 자위대 간의 고위급 교류 재개 등을 통해 ‘미래의 한일 간 안보 협력의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날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에서는 국방장관회의, 합참의장회의, 실무자 간의 안보회의를 돌아가면서 개최할 것과 함께 올해 여름 육·해·공뿐만 아니라 사이버와 우주를 포함한 ‘새로운 다양한 영역’에서의 3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 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해·공역에서 한미일은 별도의 연합훈련을 한 적은 있지만, 복수 영역에서 동시에 훈련하는 것은 처음이다. 3국 공동성명에서 결정한 대로 올해 안에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Framework)가 구축되면 한일은 공통의 동맹국인 미국을 매개로 준(準) ‘군사동맹’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글로벌 파트너’의 핵심은 미일안보조약에 입각한 방위와 안보 협력이라면서 새로운 미일 안보 협력의 시대를 선언했다. 미일 양국이 자위대와 미군의 지휘통제 체제나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에 따른 미일 간의 임무와 역할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를 할지에 따라 지역의 안보 구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한일 양국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 핵 문제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한일 양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여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일의 군사력 강화나 한미일 안보 협력이 북한을 자극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과 북중러의 단결을 초래하는 ‘안보 딜레마’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지난달 25일 북한 국방성 김강일 부상은 북한에 대한 한미의 ‘공중정탐행위’와 한국 해군과 해경의 ‘해상국경선 침범’을 비난하면서 북한 최고군사지도부가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5월 31일 자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8월에 예정된 한미 ‘을지 프리덤 실드’가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북한의 핵심 시설과 지역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작전계획 2022’도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준동’을 ‘조준·제압·분쇄’하기 위한 자위력 강화 조치가 불가결하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과 GPS 교란에 대항해 우리 정부는 6월 4일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던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 정지를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북한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지만, 이것이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일지 의문이다.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북한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질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남북 간의 대결로 우리가 얻을 것은 없으며,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하거나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벌일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한일관계는 중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 북한을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바꿀 수는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우리 민족의 이익,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지지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당돌한 대남정책의 전환은 중구과 러시아에도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정상회의를 세 나라의 협력 체제를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한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활용해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나 환경, 사회문화와 인적 교류 등을 통해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일본과는 공동의 안보 목표를 확인하는 외교·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2+2를 시작해야 한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