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미국의 동맹이자 유엔사 후방기지 일본 …새로운 한일 안보협력 방안 고민할 때

2024-03-14 13:00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1

이번 달 4일부터 한미는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려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제대별로 ‘자유의 방패(FS)’ 연습을 하고 있다. 종료 하루를 앞둔 13일까지 미국의 전략자산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군대를 파견했던 미국 이외에 11개(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벨기에, 콜롬비아)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이 처음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 방지하는 훈련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은 3월 4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세계최대 핵보유국과 11개 추종국가무력까지 동원된 ‘대규모 전쟁연습’이라고 규탄하면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김정은이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한(3월 6일) 데 이어 대연합부대(군단)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3월 7일)하고 탱크병 대연합부대 간의 대항훈련을 지도(3월13일)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군사적 도발은 아직 없다. 
 
북한에겐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다. 올해 1월 24일 개최된 당중앙위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는 매년 20개의 군(郡)에서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적인 범위에서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지방발전 20 × 10 정책’의 추진을 결정했다. 2월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 준공식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북측의 이번달 7일과 11일 보도를 보면 6개 군과 13개 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 이러한 ‘미증유의 창조대전’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 군인건설자들이다. 지방공업공장의 건설은 단순한 건설 투쟁이 아니라 당중앙, 즉 김정은이 인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냐 하는 문제로 이것은 군인건설자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일본 방위성은 2월 2일 호주 공군이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환적을 포함한 북한 선박의 불법 해상활동을 경계감시한다고 발표했다. 호주군은 유엔군지위협정에 따라 2월 상순부터 하순까지 가데나 주일미군 공군기지를 이용하는데, 2018년 이후 항공기를 이용한 경계감시활동은 13번째다. 호주 이외에도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도 유엔군지위협정에 근거를 두고 함정과 항공기를 주일미군기지로 보내 북한이 석유 등의 물자를 불법적으로 환적하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유엔군지위협정. 앞으로의 우리 운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를 잘 모르고 익숙하지도 않다. 한국전쟁 발발 후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군이 창설되었을 때 사령부는 도쿄에 있었다. 이들이 일본에 체재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 법적 지위와 처우를 규정한 것이 유엔군지위협정이다. 1954년 2월 19일 일본과 미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7개 국가 사이에 체결된 뒤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터키 등이 추가로 협정에 서명해 체약국은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이다.
 
1957년 7월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함에 따라 일본에는 유엔군 후방사령부가 설립되었는데, 지금은 요코다 기지에 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본토에는 요코다 이외에 자마, 요코스카, 사세보에, 주일미군기지가 집중된 오키나와에는 가데나, 후텐마, 화이트 비치에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1960년 1월 미일안보조약이 개정되어 주일미군의 병력과 장비에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거나 전투작전행동 기지로 주일미군기지가 사용되는 경우 미국은 일본 정부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유엔군지위협정에는 사전협의 제도가 없으며, 유엔군은 주일미군기지에 더해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합의된 일본의 시설도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유엔군은 일본의 항구와 비행장을 사용할 때 이용료 등을 내지 않으며, 기지가 필요 없게 되어 반환할 때에도 원상회복 의무나 보상 의무가 없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 유엔군지위협정 체약국의 군인, 군속 및 가족들의 출입국은 인원수를 통고하면 될 뿐 비자도 필요 없다. 유엔군 후방사령부에는 사령관을 비롯해 세 명만 상주할 뿐이며, 9개국의 무관이 유엔사령부의 연락장교로서 도쿄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된 뒤 주한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 소속의 미군의 모자를 같이 쓰고 있는 것처럼, 주일미군으로서의 미군과 유엔사령부 소속의 미군이라는 두 개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미군의 성격과 역할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에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다고 말한 것은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최대 규모인 유엔군으로서의 주일미군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3

지난해 11월 14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유엔사 회원국 17개국 국방장관과 대표들이 참가하는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이때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정전협정의 유효를 재확인하면서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여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번 한미 연합연습에 유엔사 회원국이 참여한 것은 이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회의 하루 전날인 11월 13일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공보문을 통해 “불법무법의 침략적인 ‘유엔군사령부’를 지체없이 해체”하는 것이 “유엔의 권위와 공정성을 회복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선결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이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북한에 “반대하는 새로운 침략전쟁을 도발하려는 위험천만한 기도”라고 비난했는데, 이것은 이번 달 4일의 북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회의 후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은 이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유엔사의 기여를 확대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논의”했으며, “우리와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들의 유엔사 참여를 통해 유엔사 회원국을 확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신 장관은 유엔사의 확대가 “북한이 감히 우리에게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억지력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정례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사 회원국의 확대가 한국전쟁 당시 병력, 물자, 수송, 의료 등을 제공하지 않았던 국가들, 예들 들어 독일이나 일본 등 ‘우리와 가치를 함께하는’ 국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유엔사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지고 이전에 추진되었던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로의 회귀를 의미해 논란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또한, 유엔사의 확대는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발을 초래해 국제질서 지각변동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동맹이자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지금도 과거 역사가 남긴 앙금 때문에 일본과의 안보 협력에 관한 논의조차 터부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높은 곳에서 멀리 보면서 일본과의 안보 협력문제에 관해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