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광물 쓴 전기차에도 2년간 보조금…韓 전해질염 기업 현지 진출 '빨간불'
2024-05-07 17:00
'추적 불가능한 배터리 재료' 항목 신설
해당 광물 사용 규제는 2년 유예
해당 광물 사용 규제는 2년 유예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해질 관련 소재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도 2년 동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며 국내 소재 업체들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향후 2년간 저가로 승부하는 중국산이 미국에 유입될 경우 국내 소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선점 및 향후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해외우려기관(FEOC) 정의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 등을 발표했다.
앞선 잠정 가이던스에서 크게 달라진 건 일부 중국산 광물 사용에 대해 2026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4개국을 FEOC로 지정하고 이들과 관련한 기업에서 생산하는 부품 및 광물을 사용하면 2025년부터 IRA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서는 당장 모든 원소재를 바꿀 수는 없기에 핵심 광물 총가치의 2~10% 미만을 차지하는 '저가치(low-value)' 재료를 FEOC 규정에서 예외로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미국 정부는 이들 업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저가치 광물'을 규정하는 대신 '추적 불가능한 배터리 재료'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여기에 전해질염, 전해질 바인더, 전해질 첨가제 등에 포함된 핵심광물을 명시해 해당 광물 사용 규제를 2년간 유예하는 최종안을 내놨다.
문제는 중국산 규제로 반사이익을 볼 거라고 기대했던 국내 소재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IRA 수혜에 대비해 증설에 나선 업체들은 많은 공을 들여온 북미 시장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배터리 가격 절감 노력이 이뤄지면서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이 값싼 중국산을 사용할 유인이 더 크다.
배터리의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때 전해질은 전해질염(전체 15%), 솔벤트(75%), 첨가제(10%) 등을 배합해 만들어진다. 이 중 전해질염과 전해질 첨가제는 전체 내에서 볼륨이 크지는 않지만, 원가의 30~50% 이상을 차지하는 고마진 제품으로 꼽혀 IRA 발효 이후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에 주력해 왔다.
특히 이들은 큰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시장을 위해 연 2만톤(t)가량의 생산 계획을 내놓은 상태였다. 이를 위해 엔켐과 천보는 새만금에, 후성은 울산에 전해액염·첨가제 공장을 가동하거나 짓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전해액 첨가제 양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필요시 미국 측과 추가 협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천보 측은 "FEOC 최종안이 이제 막 나온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