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OC '최소 허용 기준' 최종안에 업계 촉각 … K-소부장 된서리 맞나

2024-01-24 10:19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전기차·배터리 제조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더 완화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국내 중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되레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조사들의 요구가 반영되면 전해액염·첨가제와 같은 일부 소재는 저가 중국산으로 대체돼 연간 2만톤(t)에 육박하는 현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외국우려단체(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이 현재 2%에서 10%로 상향될 경우 한국산 전해질염·첨가제나 형석, 바인더 등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과 LG 등은 최근 미국 재무부에 최소 허용 기준을 10%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문을 낸 상황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커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포드, GM 등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미국 자동차 혁신을 위한 동맹'은 배터리 가격의 5% 미만으로 조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중국 등 FEOC와 연관이 있는 곳에서 생산된 광물로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IRA 보조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최소 허용 기준을 둬 배터리 가격의 2% 미만인 광물에 대해선 FEOC 규정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가치가 낮은 광물은 워낙 추적하기 어려워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내 소부장 업계 입장에서는 전해질염·첨가제 같은 경우 배터리 가격의 2% 내외로 현재의 FEOC 규정이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 중국산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산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들의 요구대로 최소 허용 기준이 확대된다면 배터리 가격의 5~10%까지 중국산 소재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럴 경우 국내 소재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게 된다. 현재 중국계 업체가 전해액염·첨가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신시장인 미국까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전기차 업체들은 엔트리급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있어 중국산 소재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기준 미국 전해액염·첨가제 시장 수요는 연 4000t에 불과하지만 2028년이면 1만7010t으로 3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허용 기준이 높아져 중국산 소재가 추가로 포함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IRA 수혜에 대비해 증설에 나선 업체들은 많은 공은 들여온 미국 시장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

한국 업체들은 미국 수출을 위해 연 2만t가량의 생산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를 위해 엔켐과 천보는 새만금에, 후성은 울산에 전해액염·첨가제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짓고 있다. 

한편 최근 일부 소재 기업들은 미국 재무부에 제출한 의견문에 중국의 공급망 교란 등을 문제 삼았다. 의견문에는 "향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FEOC)이 미국 배터리 업체에 과점 또는 독점적으로 (전해액염·첨가제를)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했다.
 
현대차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