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ELS 배상액 반영에도…5대 금융지주, 보통주 자본비율 '방어'

2024-04-30 08:25
막대한 과징금 부과시, 자본비율 추가 하락 우려

서울 시내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주요 금융지주들이 대규모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을 실적에 반영하고도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홍콩 H지수 자율배상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면 보통주 자본비율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평균 1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12.9%)보다 0.1%포인트, 지난해 말(13.0%)보다 0.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다. 통상 이 비율이 13% 넘는 수준일 때 주주환원 확대를 공약한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지난해 1분기 말 13.7%에서 지난해 말 13.6%, 올해 1분기 말 13.4%로 점차 하락했다. 홍콩 ELS 배상 규모가 가장 커 보통주 자본비율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분기 12.7%에서 올해 1분기 13.1%로 오히려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도 12.8%에서 12.9%로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2.1%에서 12.0%로, 농협금융지주는 13.2%에서 12.8%로 각각 하락했다.

보통주 자본비율 방어에 성공하면서 각 사는 올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대응 차원에서 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향후 ELS 불완전판매에 대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보통주 자본비율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징금에 따른 운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다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