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메타버스 선점' 조급함보다 다양한 검토를

2024-04-30 06:00

[사진=아주경제DB]

최근 수년 동안 우리 사회에 등장했던 새로운 화두 중 하나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있다. '초월한'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접두사인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를 합성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는 이 표현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라는 작가가 1992년 출간했던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그리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는 이 용어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해 보인다. 어떤 이는 새로운 콘텐츠의 하나로만 이해하기도 하고, 디지털 분야의 다양한 산업들은 여러 청사진을 제시하며 그들이 종사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메타버스 시대를 혹은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디지털 분야를 담당하는 정부의 부처는 메타버스를 가상과 현실의 결합이라는 기본적 이해의 전제 아래, 지난 2월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이라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동 법률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언론 등을 통해 사회 전면에 등장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이해가 통일된 형태로 형성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의 충실성이나 적정성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규범력을 가지는 관련 법률이 제정돼 시행을 목전에 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문자 그대로의 공간에 집중해 이해하고, 또 다른 이는 콘텐츠에 집중해 이해하는 등 여러 갈래의 시각에서 개념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여전히 사회 구성원 다수가 합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 정의 등은 부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메타버스를 특정한 분야에 집중해 오로지 그에 국한한 시각으로 이해하려 함에서 기인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특정 분야의 시각으로만 이해하려 하다 보니 통일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가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는 다양한 현상'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사회 일반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다양한 시각으로 메타버스를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실 세계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유한함이 나날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무한에 가까운 디지털 세계로 현실 세계를 확장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세상에서 현실 세계와 맞물리는 사회 구조나 경제 등이 규모 있게 형성될 수 있도록 노동, 자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양 세계를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법률, 제도, 산업 형태 등이 명확한 기준 아래 정립돼 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현상이 등장했을 때 발 빠르게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낙오한다는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막연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떠한 새로운 현상이 조속하게 구체적인 실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다수의 관심에서 쉽게 멀어지곤 한다. 메타버스를 마주하는 우리 사회가 조급함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충분하게 숙의되고 검토되지 않은 채로 조급하게 진행된 일들이 그 실행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례들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주제의 빠른 선점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회 발전의 충실한 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정밀하게 검토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의 제21대 국회에서도, 그리고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에서도, 우리 사회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관련 분야에 있어 세계 선도가 가능하도록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실천적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