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팔 유엔 가입' 찬성에 "글로벌 사우스와의 가교 역할 의지 보여준 것"

2024-04-21 17:28
이스라엘, '팔 유엔 가입' 찬성국 대사들 초치…한국 포함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위치한 외교부 [사진=유대길 기자]
정부는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표결에서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안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대해 "한국이 글로벌 사우스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이들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 유엔가입 안보리 표결 경과와 우리찬성투표의 의의'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제평화와 안보를 논의하는 15개 이사국의 일원으로서의 무게감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견인해야 하는 필요성도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사태 등으로 글로벌 안보지형이 급변하면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라고 불리는 개도국 또는 비동맹 진영국가들이 발언권과 존재감을 높여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이들 국가들의 대표적인 관심사안 중 하나로서, 금번 표결도 알제리가 아랍그룹 및 비동맹그룹 등을 대표해 결의안 상정 및 표결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식민지, 전쟁, 빈곤 등 아픈 역사를 함께 겪은 국가로서 한국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로서 영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한국이 이-팔 분쟁의 해결과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이-팔 문제의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해결방안으로서 국제사회는 오랜 기간 '두 국가해법'을 지지해 왔으나 가자사태 발생 이후 이스라엘의 두 국가해법 거부발언 등으로 문제해결의 근본적 토대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이번 찬성투표는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유일한 해결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정치적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대한민국이 1949년 유엔가입을 신청한 이후 안보리에서 구 소련의 거부권 행사 등으로 수차례 가입이 좌절되고, 42년 후인 1991년 유엔 가입이 이루어진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이번 찬성투표는 역사 속에서 같은 열망을 공유했던 국가로서의 공감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18일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부결 처리했다. 이사국 15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2개국이 찬성했으며 영국과 스위스 등 2개국은 기권했다.

안건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2011년에도 안보리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당시 안보리 이사국들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표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또 이듬해인 2012년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비회원국 옵서버 국가 지위를 획득하면서 유엔논의에 참여해 왔다. 

외교부는 "이번 팔레스타인 가입승인 건을 두고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가입 적격성뿐만 아니라, 가자에서 지속되고 있는 비극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이 문제가 이-팔 문제 해결과 중동의 항구적 평화에 달성하는데 갖는 함의와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하면서 고심했다"고 밝혔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안보리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로 부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의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할 예정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렌 마모스타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주재 프랑스, 일본, 한국, 몰타, 슬로바키아, 에콰도르 대사를 21일 초치해 '강한 항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격상하는 것에 찬성한 국가의 대사들을 항의를 위해 초치할 것"이라며 "나머지 국가에도 추후 같은 방식으로 항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