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재건 시동 걸었지만…비대위 청사진은 '아직'
2024-04-18 11:14
초선 당선자·상임고문단 간담회
잇단 당선자 총회·간담회 불구
인선·시기 등 세부안 언급 없어
이준석 "위기 타개 쉽지않을 것"
잇단 당선자 총회·간담회 불구
인선·시기 등 세부안 언급 없어
이준석 "위기 타개 쉽지않을 것"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7일 초선 지역구 당선자 14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당 위기 수습 방안과 향후 선거 대책 등을 논의했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을 빨리 안정시켜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계시니까 졌다고 실의에 빠져있을 여유나 그럴 자유도 없다"며 "빨리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여당에 대한 희망도 가지게 되고 새로 당선되신 의원님들이 목표를 세워서 의욕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난 1년간 여러 격랑 속에서 국회 상황을 운영하다 보니 사실은 많이 힘든데,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숫자가 적을수록 자주 소통하고 의견을 모아 단일 대오로 가야 한다. 뭉쳐 있으면 상대가 숫자가 적어도 함부로 하지는 못한다"고 대통합을 주문했다.
당 원로들로 구성된 상임고문단과의 이날 오후 간담회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동조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조기에 당을 수습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게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비대위를 3번 했다. 이제 비대위는 없어야 하고,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러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의 모습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권한대행은 "최대한 신속하게 당을 정비해 22대 국회를 대비하겠다"며 "특히 어제(16일) 당선자 총회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합당할 것을 결의하고 실무적인 절차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15일 4선 이상 중진 간담회와 16일 22대 국회 당선자 총회를 잇따라 열면서 2년 임기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때문에 애초 초선·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비대위 인선이나 출범 시기 등 세부안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 역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윤 권한대행은 초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위기 수습 방안 의견을 듣고 선거 때 경험한 국민들의 목소리, 선거 과정에서 우리 당이 앞으로 유념해야 할 그런 얘기들을 들었다"며 "앞으로 당 운영 관련해서 초선 의원들 목소리를 더 듣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조금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 보겠다고 얘기했고, 어느 것이 당의 입장에서 바람직한지 고려하고 있다"며 "제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인적인 입장을 갖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나오연 전 의원은 상임고문단 간담회가 끝난 뒤 "지금 원내대표가 우선 전당대회 준비까지는 해야 하겠다"며 윤 권한대행에게 중책을 맡아 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부산 부산진갑에서 승리해 첫 원내 입성을 앞둔 정성국 당선자는 "당에서 진행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분이 (새 비대위원장을) 하면 좋겠다는 것에 대해선 오늘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영남권은 안 된다, 나이는 몇 살이 돼야 한다고 선을 긋는 것보단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인품, 리더십을 가진 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권한대행의 당 재건 행보는 조금 더 이어질 전망이다.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오는 19일 열릴 낙선자 모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윤재옥 권한대행이 주최하는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로 명명한다"며 "잡힌다면 금요일(19일) 10시에 국회 본관에서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 권한대행이 자유토론을 심도 있게 할 것"이라면서 "경청하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집권 여당이 네 번째 비대위를 준비하는 것이 '약속 대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주호영·정진석·한동훈 비대위를 가동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수직적인 현 당정 관계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새 비대위 체제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한 말 중에 지금 여권에 대해 한 말은 거의 틀린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소름 끼친다"며 "강서 보궐선거 패배 이후 '환자는 서울에 있다, 환자는 용산에 있다'고 여권의 일원으로서 진단했는데, 지금도 맞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작금의 위기는 당장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가 누누이 '약속 대련'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편에 서서 용산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의사가 없다고 한다면 비대위원장을 누굴 세워서 '약속 대련'을 한들 달라질 건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국민의힘에 있는 과거 동료인 젊은 정치인들, 수도권에 있는 용기 있는 정치인들의 확실한 의사 표현을 바라고 있다"면서 "본인들이 당선됐다고 해서 작금의 위기를 도외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도 인사 문제가 있는 판국에 비대위를 통해 전당대회를 연다면 여론이 굉장히 안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당대회까지 당을 지휘할 새 비대위원장 적임자에 대한 물음에는 "비대위를 꾸릴 거라면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중진이라면 안철수·나경원 의원도 괜찮다"고 답했다. 보수 험지로 꼽히는 강북에서 승리한 김재섭 도봉갑 당선자에 대해선 "그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7월쯤 되면 공식적으로 당대표감"이라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