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채상병 특검법 정국…'순직' 대책도 관심을

2024-04-16 08:17

경북 예천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채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교 몇 명 자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22일 고(故) 채모 상병의 빈소를 방문한 조문객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포항시민이던 그는 채 상병의 유족과 별다른 친분은 없었지만, 본인의 두 아들도 해병대 출신이었다며 착잡한 마음에 빈소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채 상병은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순직했다. 그의 영결식에 모인 시민들은 추모를 전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에 입을 모았다.

채 상병은 최근까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채 상병 사건 뒤에 '수사 외압'이 덧붙었다. 정치권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법 통과로 정쟁이 일면서다. 수사 대상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임명 강행으로 더 주목도가 높아졌다.

수사 외압 의혹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던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책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첩한 사건을 부당하게 회수·재검토했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수사 방해(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 장관을 고발했다. 또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법이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됐고 한 달여 만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사실 군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성폭력 범죄와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과 군사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한다. 군이 명예 실추를 막고자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2021년 군내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은폐 시도가 알려진 게 계기가 됐다. 

그런데 군이 경찰에 사건을 넘기더라도 기초 자료는 정리해서 넘겨야 한다. 다만 군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조사'인지 '수사'인지,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규정된 법이 없다. 이 같은 공백은 수사 외압 과정에서도 시비를 불러왔다. 해병대수사단이 혐의를 특정해서 이첩한 행위 자체가 '수사'이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과 직권남용이라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특검법을 통해 군이 수사권 없는 사건에 대한 소위 '가르마'가 정해질 수도 있겠다. 다만 세간의 관심이 특검법과 수사 외압에 몰리는 사이 순직 직후 염원이 모였던 '대책'은 관심도가 떨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에서야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군 대민 지원이 최근 10년간 15배나 급증했다"며 안전관리 보호 체계를 수립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도 최근 전국에서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발의한다고 밝혔다. 

'안전장치 교육 및 사전·구명조끼·안전 지침'. 지난해 7월 채 상병 사건 직후 회자되던 단어들을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