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리조나주 160년 된 낙태금지법 부활...'경합주' 표심 자극
2024-04-10 18:43
약 7개월 남은 미국 대선의 주요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원 판결이 나와 최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 중 모든 시기에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과거의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1864년 제정된 이 법은 임산부의 생명에 위협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임신 중단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강간과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의사나 의료진이 임신 중단 시술을 돕는다면 징역 2~5년 형에 처할 수 있다.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한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관 6명 중 4명은 찬성했고, 2명은 반대했다. 다만 법 시행까지는 45일간 유예 기간을 뒀다. 원래 애리조나주에서는 임신 15주까지는 임신 중단이 가능했다.
이날 판결로 애리조나주는 텍사스, 앨라배마, 미시시피주 등과 함께 가장 엄격하게 임신 중단을 단속하는 곳이 됐다. 2년 전 연방대법원이 임신 중단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효로 하면서 공화당 주정부를 구성한 주 중심으로 임신 중단을 불법화하는 법률이 생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판결 직후 진보·보수 진영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메이즈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오늘 결정은 우리 주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2년 전,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불법화한 법안에 서명한 공화당 소속 더그 두시 전 주지사도 "오늘 나온 판결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번 판결로 임신 중단 문제는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판결이 나온 애리조나주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이 간발의 차를 보이는 격전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에 싸늘한 여론을 언급하며 "임신 중단을 제한하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 온 공화당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년 전 중간선거 당시 조사에서 애리조나주 유권자 10명 중 6명은 전국적으로 합법적인 임신 중단을 찬성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NN 방송은 "애리조나 유권자들은 곧 이 문제에 대해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