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우위' 바이든, '자금난' 트럼프 맹추격...경합주서 상승세

2024-04-02 16:08
바이든 캠프 선거 자금, 트럼프 캠프 대비 2배 달해...광고 지출 4배 이상
최근 여론조사, 7개 경합주 중 6곳 회복세...위스콘신 '역전'·미시간 '동률'
경합주 '유색인종·저소득층' 겨냥한 '광고공세'...'반 트럼프' 메시지 '총력'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뉴욕에서 만나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Pay to Win(이기려면 돈을 써라)."

7개월 남은 미국 대선이 본격적인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지지율에서 열세에 처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막대한 선거자금을 바탕으로 대반격에 나섰다. 반면 각종 사법 리스크 속에 자금난에 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1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공영라디오매체 NPR 등은 바이든 캠프가 자금력의 우위를 활용해 경합주에서 대대적인 선거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바이든 캠프가 보유한 선거 자금은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훌쩍 넘어 트럼프 캠프에 비해 두 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바이든 캠프는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방송 광고에 트럼프 캠프 대비 4배 이상 돈을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력 차이는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블룸버그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등 7개 경합주 가운데 6곳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대선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경합주에서 여전히 전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점차 지지율을 만회하는 양상이다. 특히 위스콘신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1%포인트 차로 앞섰고, 미시간주에서는 45%로 동률을 이뤘다.

블룸버그는 두 후보 간 "격차를 줄이거나 극복했다"며 "지난해 8월 이후 바이든은 본인에게 유리해 보이는 경합주에서 선거용 광고비로 책정된 예산 중 64%를 쏟아부으며 광고로 공격하고 있다"고 평했다. 따라서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며 역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한 홍보전을 강화하면서 트럼프 캠프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유층'에만 관심을 둔 반면 본인은 지난 3년간 저소득층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한 정책 등을 홍보하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광고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병기해 유색인종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주요 변수인 '낙태권'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의 미국에서는 낙태가 금지되고 임신중절을 택하면 처벌 받는다" "바이든의 미국에서는 여성이 스스로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문구 등을 동원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며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낙태와 관련된 TV와 디지털 광고비는 470만 달러인데 이 중 450만 달러(95%)를 민주당이 집행했다고 NPR은 전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지난달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지지층을 겨냥한 동영상 광고까지 게재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민형사상 소송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가운데 트럼프 캠프는 자금난으로 대응 사격을 하지 못하며 홍보전에서 밀리고 있다. 유세 수단도 직접 유세 혹은 본인 소유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 등으로 제한되고 있다. 직접 유세마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정연설 이후 8개 주에서 유세를 진행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16일 이후 선거 유세를 중단했다.

NPR은 "선거에서 조기 광고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자신과 상대방 간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상대방이) 선거 광고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사실 트럼프 캠프도 작년 한 해 동안 2억 달러 가까운 선거 자금을 모금하는 등 자금력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중 5000만 달러가 법정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등 사법 리스크와 관련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상장 이후 자금난을 해소해줄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트루스소셜 모기업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 역시 이날 뉴욕 증시에서 21% 이상 급락하며 트럼프 캠프에 실망감을 안겼다.

FT는 "자금전에서 한번 뒤처지게 되면 그것은 선거 유세에 계속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먹구름처럼 따라다닌다"는 공화당 측 선거 전략가 스콧 리드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선거에서 돈은 중요하다. 대부분은 돈을 가장 많이 가진 측이 의원 혹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