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기후위기 대응 신산업, 스마트팜에 주목하자
2024-04-10 05: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스마트팜은 기후변화와 식량 안보에 대응하는 유망 산업으로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농촌인구 고령화와 감소, 경작지 감소로 OECD 국가 중 식량 안보 지표가 29위다. 자원 낭비도 줄이면서 ESG 시대에 중요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주요 선진국은 스마트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첨단화·규모화·기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왕성한 기업 투자를 통해 세계 스마트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가 중심으로, 일본은 농지법 제도를 정비하면서 일반 기업의 사업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투자금을 유치하는 기업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대규모 투자 유치, 스마트팜 시설의 규모화, 재배 기술 고도화와 자동화 등이 특징이다.
2004년에 설립된 에어로팜은 미국 3대 스마트팜 기업 중 하나다. 폐공장을 개조해 6400㎡의 세계 최대 수직농장을 운영한다. 설립 이후 약 2억40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햇빛, 흙, 수경재배 없이 분무기로 물을 주어 재배한다. 물을 전통 농사 대비 95%, 기존 수경재배 대비 40% 절약한다. 작물 종류와 성장에 따라 LED 파장을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기존 스마트팜 대비 75% 높은 수확량을 올린다. 연간 30번 작물을 수확하고, 동일 면적 대비 생산성도 390배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대규모 스마트팜을 도입하였는데 외환위기, 농민단체 반대 등으로 큰 진척이 없다가 다시 정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1990년대 초 정부는 대규모 유리온실 원예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 등으로 지원이 어려워졌다. 2009년에는 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 시범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농민단체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과거 대기업 진출이 좌절된 적도 있다. 동부그룹은 과거 380억원을 투자하여 10.5㏊ 규모로 아시아 최대 첨단 유리온실 사업을 추진하다가 2013년 철수했다. LG CNS도 2016년 새만금에 3800억원을 투자해 76㏊ 규모의 스마트 바이오파크 계획을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둘 다 농민단체 반대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스마트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화를 통한 스마트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단체 등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협 기능을 확대하여 농가 중심의 스마트팜을 확산하고, 농민 펀드 활성화로 농업법인과 대규모 기업 간 상생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사업성 제고를 위한 기술 고도화·상용화, 친환경 기술 개발, 청년농 인재 확보를 위한 산학연 연대 등이 필요하다.
도시 내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도시 농업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7.82%로 성장해 20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 농업은 옥상 정원, 수직농장, 실내 농장, 커뮤니티 가든 등을 포함한다. 도시 농업의 목표는 멀리 떨어진 농촌의 농업 의존도를 낮추고 도시 수요를 위해 신선한 현지 재배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도시의 미래형 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향후 10~15년이 지나면 자가용 90%가 없어지면서 자율주행 전기 택시가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때가 되면 도시 부동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차장이 불필요해져 용도변경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대안 대부분이 스마트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빌딩형 스마트팜에서 양식장까지 할 수 있다.
아직은 도시 내에서 스마트팜을 하기에는 토지비, 건축비 등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도시공원으로서 역할, 물류비 절감, 투자 확대,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점차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대응, 식량 자급을 위한 신산업 차원에서 도전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