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PF 미루고 브릿지론 연장만 거듭…'노른자' 성수·반포 개발사업도 '삐걱'
2024-04-10 09:57
"만기연장 횟수 늘수록 사업성 악화 가능성…올 하반기부터 본PF 만기 도래 부담↑"
'노른자'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동과 서초구 반포동 등의 개발사업이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3개월 단위의 브릿지론 연장을 거듭하는 등 험로를 걷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대출 만기 연장만 가까스로 이어가다 본PF 성사 및 착공에 실패하는 사업장도 적지 않아 이들의 전철을 밟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77-3에 위치한 오피스 개발사업은 지난 4일 브릿지론을 3개월 연장했다.
지하 6층~지상 14층, 연면적 1만6325㎡ 규모의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건립하는 이 사업은 지난 2022년 9월 115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대출이 집행됐으나, 철거공사가 끝난 지난해 여름부터 현장이 방치되다시피한 상태다. 당초 브릿지론 만기가 지난해 9월 30일 도래했으나 본PF로 전환하지 못하고 브릿지론을 3개월씩 3차례 연장했다.
강남권에서 진행되는 고급주택 개발사업도 침체된 건설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대표 부동산 디벨로퍼가 서초구 반포동에서 진행 중인 하이엔드 주택 개발사업도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이어 지난달 또다시 3개월 단위의 만기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시행사는 2022년 3월 한국투자증권 주관으로 4050억원 규모의 대출약정을 맺고 브릿지론을 조달한 바 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브릿지론 만기를 3개월씩 연장해 온 것은 맞지만, 지난해부터 진행한 사전계약률이 50% 가까이 올라와 머지않아 본PF 전환 및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PF 전환을 못하고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지속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금융권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브릿지론의 56%가 취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위지원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브릿지론 만기연장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업성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브릿지론 상환이 집중되는데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PF 만기 도래 부담까지 상당해질 우려가 있다"며 "본PF 전환이 장기간 되지 않으며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충당금 적립 후 신속히 정리하는 등 각 현장별 사업성에 따라 만기연장이 선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을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의 토지매입은 사업성이 있는 곳을 위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