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노른자 부지마저...시행사 공사비 조달 못해 사업중단 위기

2024-01-29 18:13
본PF 전환 미뤄지며 철거공사비 지급 연기…멈춰선 성수동2가 오피스 개발사업장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오피스 개발사업 현장.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의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외벽 곳곳에 붙어 있다. [사진=박새롬 기자]

오피스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노른자 부지마저 개발사업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반년 가까이 공사현장이 방치되고 있다. 본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브릿지론이 연장된 상태인데, 향후 이자 납입에 차질이 생기면 사업이 전면 중단돼 부지가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29일 지하철2호선 성수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한 오피스 개발 현장. 지하 6층~지상 14층, 연면적 1만6325㎡(약 5000평) 규모의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던 이곳은 철거공사만 끝난 채 지난해 여름부터 아직까지 방치돼 있었다. 철거를 맡은 하도급 업체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공사장 외벽 곳곳에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현수막을 붙여 놓은 상태다. 

성수 한복판 부지 사업이 멈춰선 것은 시행사가 PF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반년 가까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 참좋은월드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PF 대금 기표를 예상한 시점인 지난해 9월까지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대주단 모집 등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아직까지 철거공사비용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거공사는 지난해 7월 마무리됐다. 

해당 사업장의 브릿지론 대출집행은 1150억원 규모로 지난 2022년 9월 30일 이뤄졌다. 1순위 우선수익자는 새마을금고(지역 29곳·680억원)이며 △2순위는 에이치스마트제육차(100억원)·신한캐피탈(50억원) △3순위 농협은행 사모펀드(100억원) △4순위 흥국생명보험 사모펀드(100억원)·원앤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60억원) △5순위 하나대체자산운용(4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행사는 작년 9월 30일까지이던 브릿지론 만기를 근근이 연장하며 대출금 상환을 미루고 있다. 대주단 관계자에 따르면 시행사는 기존 브릿지론 대출 만기일이던 지난해 9월 30일 만기연장 이자를 연체하고 10월 4일 이자를 납입했다. 이후 대주단은 3개월씩 브릿지론 만기를 2회 연장한 상태로 돌아오는 만기는 4월 4일이다. 

대주단인 새마을금고 측은 브릿지론 연장 시 기존 브릿지 대출에 대한 이자 납입이 필수이며 본PF 전환 가능성이 낮은 사업장에 대해서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미 한번 이자 납입 연체가 발생한 사업장이라 다음 만기일에 이자를 한번이라도 더 연체하면 바로 기한이익상실(EOD) 통지를 하고 공매 처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론 단계는 아직 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는 단계가 아니어서 기존 브릿지론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납입하려면 돈을 빌려줄 신규 대주가 필요하다. 현재 시행사는 약 1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주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참좋은월드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본PF 협의를 진행 중으로 대주단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는 3월 말까지 PF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금융시장 악화로 신규 대주를 모집하기 어려워 본PF 전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사업성이 떨어지자 금융권은 부동산 개발사업 PF 추가 대출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성수가 오피스 시장에서 투자 수요가 높은 지역이긴 하지만 지금은 강남 한복판의 주거시설 개발사업도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PF는 고사하고 브릿지론 대출이자 납입조차 어려워 좌초되는 사업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 총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지난해 말 기준 202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 수준에서 작년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올해 대다수 PF 사업장이 준공 기한을 맞고 PF 채무 이행 청구도 함께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계와 금융권 전반으로 부실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오피스 개발사업 현장. 지난해 7월부터 부지가 방치돼 있다. [사진=박새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