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애플 '정조준'…"'두더지 잡기'식 독점 그만"

2024-03-22 11:37
아이폰 앞세워 구축한 '애플 생태계' 겨냥
아이메시지·애플워치 등 아이폰서만 사용 가능
경쟁 막아 슈퍼앱 개발도 차단

[사진=EPA·연합뉴스]

“‘두더지 잡기’ 하지 말아라.”
 
미국 정부가 애플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애플이 아이폰을 앞세워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슈퍼앱 등의 개발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아이폰에서 아이메시지와 애플워치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도적인 ‘벽 쌓기’로 경쟁을 가로막는 점을 문제 삼았다.

외신들은 과거 1990년대 시작된 미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간 법적 싸움이 2002년 말이 돼서야 흐지부지 종결된 점에 비춰, 이번 소송도 지지부진한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생태계 ‘겨냥’...“벽 허물어야”
미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간) 16개 주(州)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애플만의 생태계를 구축한 점을 문제 삼았다. 개발자들에게 애플에 유리한 계약을 강요해 경쟁을 막고, 사용자들의 장비 전환을 방해해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했다는 것이다.
 
조나단 캔터 미 법무부 반독점국장(차관보)은 애플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 경쟁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AT&T, 스탠더드 오일, MS 등 과거 주요 반독점 소송과 비교하며 “오늘 우리는 그 뛰어난 유산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20년 전 MS가 윈도를 앞세워 웹브라우저 개척자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밀어냈던 것과 같은 행위를 애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단순히 ‘실력에 의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을 통해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88쪽에 달하는 소장을 통해 크게 다섯 가지를 문제 삼았다. △슈퍼앱 개발 차단 △클라우드 게이밍 앱 경쟁 저해 △크로스 플랫폼 메시지 앱 배제 △ 스마트워치 비호환성 △애플 월렛 폐쇄성 등이다.
 
우선 법무부는 애플이 앱 개발사들에 애플의 운영체제를 위한 특정 코드를 쓰도록 강요하면서, 슈퍼앱 개발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슈퍼앱이란 하나의 앱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일컫는다. 예컨대 중국 위챗은 앱 하나만으로 메시지 전송, 결제, 음성 및 비디오 통화, 사진 및 동영상 공유 등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슈퍼앱이 있다면 사용자들이 다양한 기능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개의 별도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고, 개발자들은 안드로이드 및 iOS 각각의 앱 업데이트를 푸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를 위해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은 점, 애플월렛에 타사 결제 서비스의 참여를 막고 있는 점 등을 독점 행위로 지목했다. 
 
스마트워치의 경우 애플이 제3자 개발자의 스마트워치 아이디어를 모방해 이 개발자의 혁신을 막은 점, 애플워치의 사용을 아이폰으로만 제한하거나 아이폰에서는 타사의 스마트워치 연동이 힘든 점 등을 지배력 남용의 근거로 들었다. 
"모두가 알던 사실"…애플 "제품 차별화 위협" 반박
IT 매체 더버지는 “아이폰에서 애플 제품들이 가장 잘 작동한다는 점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메시지, 애플워치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애플은 이번 소송이 “사실과 법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번 소송은 우리의 정체성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한다”며 "이는 또한 기술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정부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한 첫 반독점 소송으로, 법무부가 승리할 경우 기업에 해체 명령을 내리거나 애플의 계약 체결 및 기업 운영 방식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애플은 유럽에서도 독점 문제를 안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음원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애플에 18억 유로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조만간 애플의 디지털 시장법(DMA) 위반과 관련한 조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