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문화살롱] 디지털로 되살아난 '작은 금강' 칠보산

2024-03-18 06:00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재
'칠보산도병풍' 영상으로 전시
국외소재문화재 첫 디지털 콘텐츠
조선 판관 임형수 유람기 화폭에
한국 전시 오는 5월 26일까지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오른쪽부터), 최응천 문화재청장, 곽창용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를 보고 있다.[사진=문화재청]
 
예부터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비견돼 ‘작은 금강’이라고 불린 함경북도 칠보산(七寶山)의 절경을 디지털로 구현한 전시가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개최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추진한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칠보산도병풍(七寶山圖屛風)’을 소재로 한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 :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전시’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과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칠보산도병풍’. [사진=문화재청]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칠보산도병풍’은 함경북도 명천(明川)에 있는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그린 그림이다.
 
함경도 회령부(會寧府) 판관(判官)이었던 임형수(1514~1547)가 1542년 3월에 칠보산을 유람한 뒤 여행기인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남긴 이후로 북관(지금의 함경도)의 대표적인 명승이 됐다. 이를 계기로 칠보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조선시대에 유행했으며, 해당 병풍도 19세기 조선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작자는 미상이다.
 
‘칠보산도병풍’은 19세기에 유행한 연폭(連幅)의 대형 병풍으로 제작됐으며, 칠보산의 전경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10폭 병풍 형태인 이 작품을 펼치면 가로 460㎝, 세로 185.2cm 크기에 달한다.
 
1폭 상단의 그림에 써넣은 시를 비롯한 각종 글귀인 화제(畵題)를 통해 칠보산 명칭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이는 남구만(1629∼1711)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문집인 '약천집'(藥泉集)의 내용을 필사한 것이다.
 
화제에는 ‘세속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일곱 산이 나란히 솟아있었기 때문에 칠보산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중고(中古) 이후로 여섯 산이 바닷속에 잠겨서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다만 하나의 산뿐이라고 한다’라고 적혀 있다.
 
또한 ‘지금 이 산의 가장 높은 곳에는 조개와 소라 껍데기가 쌓여서 왕왕 무더기를 이루고 있으니, 이것을 보면 이 산이 일찍이 바다에 잠겨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또한 봉우리와 바위 곳곳에 적혀있는 이름을 통해 개심사(開心寺), 회상대(會象臺), 금강굴(金剛窟) 등 칠보산의 명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칠보산의 단독 그림은 현재 4점이 남아 있다”라며 “클리블랜드 소장품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칠보산기’를 남긴 임형수가 칠보산으로 유람을 떠났던 3월 15일로 개막 시기를 맞췄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 삼차원(3D) 뷰어 콘텐츠’를 보고 있는 최응천 문화재청장. [사진=문화재청]
 
전시 내용은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 ‘칠보산도 세부 확대 보기 콘텐츠’,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 삼차원(3D) 뷰어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다. ‘청동소종’과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는 ‘칠보산도병풍’ 실물과 ‘칠보산도병풍’ 디지털 영상으로 구성된 전시가 개최됐다.
 
특히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 류준열의 감성적인 해설과 작곡가 양방언의 섬세한 음악의 조화 속에서,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3면 영상에 낮과 밤, 눈·비 등 시간과 날씨의 변화를 구현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높였다. 칠보산을 세상에 알린 임형수의 여정을 총 10분 45초의 영상을 통해 함께할 수 있다. 한국 전시는 5월 26일까지, 미국 전시는 9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클리블랜드 미술관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온 덕분에 이번 전시가 열리게 됐다. 클리블랜드 미술관은 2022년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를 우리나라에 기증했다.
 
윌리엄 그리스워드 클리블랜드미술관장은 개막식서 영상 축사를 통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의 교류는 미술관이 보유한 한국미술 소장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칠보산을 묘사한 19세기 병풍을 한국과 전 세계 관람객에게 디지털 전시로 선보일 멋진 기회다. 예술과 기술, 전통, 혁신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번 전시는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협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K-공유유산’ 활용의 핵심은 현지 소장처의 공감과 이해에 있다”라며 “앞으로도 문화재청은 해외 곳곳에 있는 수많은 ‘K-공유유산’의 가치를 우리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기회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영상 전시 해설 작업에 참여한 배우 류준열. [사진=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