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희 대법관 후보 "여성 대법관 비율 절반 돼야"

2024-02-27 15:01
인사청문회서 "인구 대비 대표성 유지가 바람직"
"젠더 관련 활동, 소수자·약자 소통 노력의 하나"

신숙희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4.2.27. [사진=연합뉴스]
신숙희 신임 대법관 후보자(54·사법연수원 25기)가 여성 대법관이 절반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여성 대법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에 대해 "제가 가장 존경하는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은 (여성이) 100%까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대법관은 14명으로 신 후보자가 임명되면 여성은 3명이다.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신 후보자에게는 성범죄 양형, 성인지 감수성 판결 등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신 후보자는 "배우자가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근무하는 오랜 기간 혼자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법관 업무도 차질 없이 해내느라 발을 동동 굴렀고, 배석판사 시절에는 출산휴가 두 달을 겨우 보장받는 분위기였다"며 "법관이기 전에 여성이나 소수자로서 작은 해결책이라도 찾아보자는 생각에 젠더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른바 젠더 전문 법관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며 "판단 과정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법관이 되려고 노력했고, 젠더 관련 활동은 그 과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이 "성범죄 사건 판결에 대해 형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고 질의하자 신 후보자는 "양형 기준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됐지만 개별 사건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양형 심리와 유무죄 심리를 분리해서 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자는 여성 최초로 양형위 상임위원으로 선임됐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소년은 사회가 보호·훈육해야 하는 대상인 만큼 일괄적으로 책임 연령을 낮추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신 후보자는 법원의 약자 보호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흔히 사법부의 정당성은 소수자 보호 임무에 있다고 한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법원의 최우선 문제인 재판 지연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법관 정원을 3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신 후보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제는 결국 법관 수 부족을 인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