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표에 외인 계속 '사자' vs 개인은 '팔자' 지속

2024-02-27 06:00
"별거 없었네" 오전 실망 매물, 오후 들어 "체질 변화 기대" 매수세

그래픽=임이슬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는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순매수세를 지속하며 증시 상승 지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에도 순매도세를 유지하며 오히려 시장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행 방안이 발표되자 오전 중에는 외인과 기관이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장중 코스피는 1%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된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은 그동안 높아졌던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출회돼 지수 하방압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외국인들은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코스피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국내 시장에 자금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조61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월에는 3조4830억원, 2월에는 7조139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에는 꾸준히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대표 순매수 종목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현대차(1조5060억원), SK하이닉스(8510억원), 삼성물산(7440억원), 기아(5810억원), KB금융(3730억원), 하나금융지주(2380억원), KT(2250억원) 등 저PBR주를 꾸준히 사들이며 주가 부양에 동참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인들은 1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53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정부는 이번 1차 세미나를 통해 환기된 관심과 전문가 의견을 모으고 5월 중 기업 의견을 수렴하는 2차 세미나를 개최한다. 프로그램 최종안은 6월 확정할 계획이다.
 
하반기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순매수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소진됐다"면서도 "후속 대책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8조33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2조861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된다.
 
외국인 순매수세로 저PBR주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은 기존에 물려 있던 주식을 팔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현대차로 한 달여 동안 2조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현대차는 저PBR주 수혜주로 거론되며 연초 이후 20% 상승했다.
 
그 밖에도 SK하이닉스(7380억원) 삼성물산(5150억원), 기아(4170억원), 삼성생명(2670억원) 등을 비롯한 반도체, 건설, 자동차, 금융 등 그동안 거론됐던 대표적인 저PBR주 주가가 오르자 이를 기회로 팔아 치웠다.
 
대신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저점 매수하고 있다. 이달 기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2641억원를 투자했다. 해당 상품은 증시 하락 베팅을 통해 수익률 2배를 취하는 상품으로 현재 순매수 상품 1위에 올라와 있다. 이 밖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KODEX인버스(448억원), TIGER200선물인버스2X(97억원) 등을 사들이며 인버스 저점 매수를 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단기 모멘텀은 우선 일단락됐다"며 "이제는 중장기적은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할 시기"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