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장기화하자 "외국인에겐 비싸게"...日 이중 가격제 논란

2024-02-25 15:1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엔저 현상'(엔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하자 일본 내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일한 제품을 외국인에게는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 가격제'를 운영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을 더 내는 대신 패스트트랙이나 정중한 지원 등의 '좋은 불공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해 말 "방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게 받는 외국인 이중가격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이라도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비싼 돈을 받고 파는 가격 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일본 신분증 등 내국인임을 증명 가능한 서류를 내보이면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방식이다. 자칫 외국인에게는 차별로 비칠 수도 있는 가격제다. 

이런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은 엔저 현상의 장기화다. 통화시장에서 엔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관광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2506만6100명이 일본을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높은 일본 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엔저 시기에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일본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엔화 환율과 관계없이 같은 비용을 내고 생활해야 한다. 즉 '저비용 관광객'이 올려버린 수요가 자극한 물가를 일본인들이 감내해야 한다.

치솟는 관광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나온 고육지책이 이중가격제인 셈이다. 실제로 일본 JR그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R철도패스(7일권) 가격을 2만9650엔에서 5만엔으로 69% 인상했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엔저에 따른 내국인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외국인에게만 차별 대우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 일본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크다.

한편 전체 일본 관광객 가운데 4분의1 이상은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JNTO는 작년에 한국인 695만8500명이 일본을 찾았다고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