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폭증 나비효과] "내집마련 어렵네" 서울 아파트 분양가 3년새 평당 2827만→3707만원
2024-02-21 18:00
전국 34.2%·서울 31.15% 상승…"분양가 상승세 불가피"
분양가 고공행진에 '내집마련'을 꿈꾸는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지난달 기준 3707만2200원으로, 3년 사이 30% 넘게 올랐다. 원자재, 인건비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3707만2200원으로 나타났다. 3년 전 분양가(2826만7800원)와 비교하면 31.15%(880만4400원) 오른 것이다.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743만7200원으로, 3년 전 1299만2100원 대비 34.2%(444만5100원) 올랐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으로 인한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2.47로, 3년 전(121.62) 대비 25%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오름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도 분양가 상승세는 불가피하다. 올 한 해 동안 토지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낮고 건축비를 구성하는 조달금리, 인건비, 자재값, 공사기간 등 요소도 하락할 요인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분양을 통해 내집마련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 강남권 신규 분양이 다수 예정돼 있다는 점도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가는 평당 8000만원 내외로 예상된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주공1·2·4주구)는 3.3㎡당 일반분양가가 9000만원대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래미안 트리니원'(반포주공3주구)은 3.3㎡당 분양가가 7000만원대로 추정된다. 이밖에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 등도 상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울과 거리가 있는 경기도에서도 분양가 10억원을 찾아볼 수 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분양한 경기 광명 지역의 '광명센트럴아이파크’ 분양가가 84㎡ 기준 10억원이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도 경기 수원 지역의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가 10억원을 웃도는 분양가로 공급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4.1포인트(p) 상승한 114.1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넘었다.
분양가가 계속 치솟으며 분양을 통해 내집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소득은 4214만원으로 3년 전(2020년) 3828만원보다 10.1%(386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파트 분양가가 34.2% 오른 것과 대비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2022년 6월 2703만1911명을 찍은 뒤 지난달 2556만1376명까지 하락해 147만535명이 감소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갈등으로 아파트 신규 공급물량이 줄어들며 몇 년 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불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물가안정에 온 힘을 집중하고 공사비 인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을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