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보조금 언제 주려나"…'메이드 인 USA' 칩 관건은 '속도'
2024-02-20 11:48
지급 늑장에 TSMC, 인텔 등 줄줄이 美 공장 건설 연기
TSMC 日 공장은 벌써 준공…美, 투자 놓칠 수 있어
TSMC 日 공장은 벌써 준공…美, 투자 놓칠 수 있어
#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기업 대만 TSMC는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예정된 제1 반도체 공장 건설에 총 400억 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메이드 인 USA’에 발맞춘 행보였다. 그러나 이후 피닉스에 예정됐던 제1공장과 제2공장의 가동 시기는 줄줄이 연기됐다. 제1공장은 올해에서 내년으로, 제2공장은 2026년에서 2027년 혹은 2028년으로 생산이 늦춰졌다.
공장 건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이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애리조나 현장의 진척은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지급 규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급 늑장에 TSMC, 인텔 등 줄줄이 美 공장 건설 연기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늑장을 부렸다가는 경쟁국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그러나 약속은 말뿐이었다. 현재 TSMC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로칩 테크놀러지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일정을 줄줄이 늦추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짓기로 한 2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의 가동 시기를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미루는 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회사 스카이워터의 토머스 손더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디애나에 계획한 18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은 보조금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이 순탄치 않다면 공장 건설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70개가 넘는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그간 2개 기업에만 소규모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미 반도체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발표했으나,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NYT는 “TSMC 등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인해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TSMC 일본 공장은 벌써 준공…투자 뺏길라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 규모 및 지급 시기 등을 두고 반도체 제조사들과 복잡다단한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문제는 미국 말고도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이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앞세워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조금 지급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메이드 인 USA는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TSMC는 일본과 독일에서도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더구나 TSMC의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은 오는 24일 준공식을 연다. 2022년 4월 착공한 이 공장은 일본 정부의 발빠른 지원에 힘입어 준공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 내 예정된 공장들이 점점 안개 속에 빠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정책연구기관인 랜드 코퍼레이션의 기술 분석 수석 고문 지미 굿리치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늦어질수록 다른 나라들이 반도체 투자를 싹쓸이할 것이라며 "더 많은 첨단 투자는 동아시아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보조금 지급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