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꺼내든 '운동권 청산론', 중도 공략에는 '물음표'

2024-02-14 09:39
여야 운동권 청산론 공방…韓 "운동권 청산은 시대정신"
실패 프레임이란 지적도…"중도 표심과는 거리 멀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중앙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총선 기치로 내세운 '운동권 청산론'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연일 격화 중이다.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대한 맞불 성격이 크다. 다만 중도층 확장성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전날 아침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운동권 특권 세력이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오게 한 독립운동가들과 같나"고 말했다. 

12일에도 출근길에서도 "어느 독립운동가가 돈 봉투 돌리고 룸살롱에서 쌍욕을 하는가"라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운동권 청산론은) 이승만 정권에서 독립운동 했던 사람들에 대한 청산론과 비슷하다"는 발언을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정치'를 7번 언급하는 등 운동권 세력 청산을 화두로 내세웠고, 이후 다양한 행사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는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이 아닌 운동권 심판부터 먼저 하자는 일종의 물타기 전략이다. 야당을 '운동권'이라는 부정적인 틀에 가둬 정권 심판론의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민주당에는 운동권 기득권 이미지를, 국민의힘에는 미래 세력 이미지를 강조하는 차원도 있다.

이런 프레임은 정부여당 핵심 관계자 발언 곳곳에서 포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념 패거리 카르텔 청산"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은 한 목소리로 '86 운동권 청산'을 외치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의 '운동권 특권' 프레임 공격이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생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 아닌 상대방 비난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운동권 청산론은 총선 이후에는 아무 명분이 없는 총선용이다. 정권 심판론 바람이 강하게 불 가능성이 많아 만들어 낸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실패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박 평론가는 "집권당이 야당 몇몇 의원을 심판하자고 총선 치른다고 하면 그건 정치 개그다. 운동권 청산론은 중도 표를 노리는 전략이 아닌 지지층 결속 전략"이라며 "3월 초·중순쯤에는 중도층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