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침구·화장품도 매출 홈런…日기업들, '오타니 특수'로 행복한 비명
2024-02-15 06:00
오타니 모델로 내세운 침구, 화장품 기업 매출 껑충
3월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으로 오타니 특수 증폭 예상
3월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으로 오타니 특수 증폭 예상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를 모델로 내세운 일본 기업들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액수인 7억 달러(약 9255억원)에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슈퍼스타 오타니가 몰고 온 광풍은 비단 야구계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오타니를 등에 업은 기업들 중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없어서 못 판다”는 곳까지 등장할 만큼 특수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 굴지의 침구 업체 니시카와다. 니시카와는 장수 기업이 많은 일본에서도 45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침구 브랜드다. 17세기 당시 작성된 니시카와 산업의 매출 장부는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상업 회계 장부라니 그 깊이를 알 만하다.
이 같은 이시카와가 최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높은 인기 탓에 늘 물량이 달린다는 점이다. 니시카와 측은 요즘처럼 오랜 기간 수요 증가세가 지속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3만엔(약 27만원)대와 5만엔(약 44만원)대로 구성된 니시카와의 맞춤형 베개도 2019년에 비해 매출이 3배 늘었다.
특히 오타니가 2023년 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타로 맹활약하며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쥔 후부터 수요가 생산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타니 특수’를 만끽 중인 기업은 또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고세(KOSE)도 그 중 하나다. 고세는 ‘남자 오타니’를 내세운 광고로, 일본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선두로 나섰다.
고세의 화장품 라인인 ‘코스메 데코르테’는 오타니가 방송 광고 및 포스터에 등장한 첫날인 작년 3월 16일, 하루 신규 구매자가 기존의 3.5배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일주일간 신규 구매자 수에서도 역대 최고인 70% 증가를 기록했다.
또한 고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본 주요 백화점에서 남성 고객이 ‘코스메 데코르테’의 인기 상품인 미용액 ‘리포솜’을 구매하는 비율이 오타니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7~8배 증가했다. ‘리포솜’은 출시 후 30년이 지난 장수 상품이지만 오타니 특수까지 더해져 메가 히트 상품으로 올라섰다.
오타니는 개인 라커룸에 ‘코스메 데코르테’의 스킨과 로션이 놓인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이것이 고세의 화장품 인기에 불을 붙였다.
고세의 또 다른 화장품 라인인 ‘셋기세’의 자외선 차단제 역시 WBC 후 일별 평균 매출이 2배 늘었다.
오타니를 ‘보유’한 고세는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에서의 마케팅 활동 위축으로 매출 전반이 하락하는 위기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라이벌 기업인 시세이도가 2023년 회계연도 연결 순이익(국제회계 기준)이 전년 대비 47% 감소한 180억엔(약 1599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고세는 같은 기간 순이익(일본 기준)이 29% 감소한 133억엔(약 1182억원)으로 선방했다.
한편 오타니 효과는 일본 펫(반려 동물)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획득한 순간 화상 인터뷰에 함께 등장한 반려견이 화제가 되면서 펫숍에 같은 견종의 입양을 원하는 문의가 쇄도했다.
오타니의 반려견은 네덜란드가 원산지인 쿠이커혼제라는 견종으로, 일본에서는 해마다 백여 마리 정도 밖에 분양되지 않는 흔치 않은 견종이다. 일본 매체 데일리 신조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133개 매장을 운영 중인 펫 플러스(PetPlus)에는 오타니의 MVP 수상 당일부터 “오타니 선수와 같은 강아지가 있느냐”, “어디에서 입양 가능하냐”를 묻는 전화가 그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현재 패션, 침구, 시계, 항공회사 등 다양한 기업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실제 도쿄 거리 곳곳에서 오타니의 대형 사진을 앞세운 이들 기업의 광고물을 볼 수 있다. 오타니 효과는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2024시즌 MLB 개막전 출장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증폭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