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담쌓던 日 2030, '일본판 ISA'로 증시 유입…"개미, 외인 배턴받나"
2024-02-13 15:15
일본 증시, 연일 30년 최고치 경신
1월 한달간 NISA 계좌 64만개 증가
신규 고객 절반이 젊은층·여성
1월 한달간 NISA 계좌 64만개 증가
신규 고객 절반이 젊은층·여성
일본 정부의 과감한 개혁에 힘입어 숨통만 붙어 있던 일본 증시가 30년 만에 활력을 되찾았다. 그동안 투자와는 담을 쌓았던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도입된 '일본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통해 증시로 유입되면서 외인이 끌어 올린 일본 증시 상승세를 이어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13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2.9% 오른 3만7963으로 마감하며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장 마감 직전에는 3만8000선을 돌파하며 1989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3만8915에 성큼 다가서기도 했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들어 14%나 급등했다. 코스피 지수가 같은 기간 1%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증시는 올해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엔저를 기반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가운데 젊은 층, 여성 등 투자에 관심이 없던 개인들도 증시로 나오면서 ‘거품(버블) 경제’ 붕괴 이후 30년 넘게 억눌려 있던 지수가 솟구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NISA 도입을 앞두고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계좌가 20%나 늘었다”며 “기존 NISA를 개설하더라도 1월을 기점으로 신NISA로 변경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리 계좌를 개설하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4분기에도 계좌가 크게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 기존 NISA를 대폭 수정한 신NISA를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비과세 보유 한도를 기존 최대 800만엔에서 1800만엔(약 1억6300만원)으로 대폭 늘리고 최대 20년이던 비과세 적용 기간은 아예 없앴다. 일본은 통상 주식 매매 차익 및 배당 수익 등에 약 20%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하는데 NISA 계좌만 개설하면 평생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을 통한 계좌 개설이 활발한 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NISA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라쿠텐, SBI, 모넥스, au카부컴, 마쓰이 등 인터넷 증권사 다섯 곳에서 계좌가 약 60만개 개설됐다. 1월에 늘어난 전체 계좌 중 약 90%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서 개설된 것이다. 노무라, SMBC닛코, 다이와 등 대형 증권사 5곳에서 개설된 계좌는 약 3만4000개에 그쳤다.
NISA 계좌가 가장 많은 증권사는 라쿠텐증권이다. 라쿠텐증권은 지난해 11월 말 NISA 계좌가 500만개를 돌파한 후 1월 말 기준 총 524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 증권사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NISA 계좌의 주식 매매 수수료를 무료로 시행한 점이 고객 확보로 이어진 모습이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신용카드로 투자신탁(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상한선을 기존 월 5만엔 수준에서 월 10만엔으로 2배 늘릴 방침이다. 카드로 펀드를 구매할 경우 카드 결제를 통해 얻은 포인트는 투자나 쇼핑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은 3월 중 내각부령 개정을 통해 ‘10만엔 한도’라는 요건을 ‘1회당 적립액 월 10만엔 한도’로 변경한다. 이를 통해 그간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투자 한도를 월 5만엔으로 설정한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