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 회계제도' 첫해 실적에 이목 집중…당기순익 큰 폭 변화

2024-02-10 18:22
IFRS17 적용 이후 수익성 지표 개선…업계 "시행착오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권에 새 회계제도 ‘IFRS17’이 적용된 지난해 보험사 실적에 격변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 보험사들이 전년 대비 100% 이상의 당기순익 성장을 이뤄내면서다. 계리적 가정 등에 대한 보험사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각종 수익성 지표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험사별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는 대규모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가장 높은 당기순익 성장을 보인 것은 DB손보다. DB손보는 지난해 1조7494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기순익 규모가 2022년(9880억원) 대비 77.1%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삼성생명도 1조2837억원에서 1조8216억원으로 당기순익을 41.9% 확대했고 KB손보 역시 7529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전년(5572억원)보다 35.1% 많은 이익을 냈다. 현대해상도 지난해 6078억원 규모의 당기순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8% 확대된 규모지만 경쟁사들의 약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결과로 남게 됐다.

손해보험업계는 비교적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2조337억원 규모의 당기순익을 올리면서 전년(1조7208억원) 대비 18.2%가량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반면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당기순익이 8165억원에서 8260억원으로 1.2% 확대되는 데 그쳤다.

교보생명은 연간 잠정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익이 7029억원으로 전년 동기(7023억원) 대비 14.2%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험사 중 다수가 전년 대비 당기순익이 대폭 확대됐다. 흥국화재는 지난해 연결기준 3174억원 규모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전년(1475억원)보다 115.2% 개선된 실적을 거둬들였다. 동양생명은 2022년 740억원이던 당기순익이 지난해 2706억원으로 265% 이상 증가했고 미래에셋생명도 같은 기간 당기순익이 575억원에서 1155억원으로 100.9% 늘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처럼 보험사들이 큰 폭으로 당기순익 성장을 이뤄내거나 희비가 엇갈린 이유 중 하나로 지난해 도입된 IFRS17을 꼽는다. IFRS17은 보험사 자율성 확대가 핵심인 만큼 보험계약마진(CSM) 등 수익성 지표가 큰 폭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IFRS17 도입 이후 첫 실적발표 이후 보험권 안팎에서는 일부 보험사들이 자율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CSM 산출 방법에서 보험사별로 차이가 커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보험사들이 CSM을 확대하기 위해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만기를 확대하면서 일부 상품을 중심으로 과당경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단기납 종신보험 유지보너스의 과도한 지급을 제한하는 등 개입에 나섰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우회하면서 판매를 이어간 만큼 실적 개선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에서는 시행착오를 거쳐 새 회계제도가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도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칙중심의 회계제도가 도입됐지만 충분한 시장 관행 축적에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 규모보다는 회계제도 변화를 통해 원래 의도했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