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초강수 두는 조합들…공사비 상승에 사업지 곳곳 파열음

2024-02-07 17:01
신가 재개발 17일 총회서 계약해지 안건 다룰 예정
"뾰족한 수 없어…신규 사업지는 표준계약서 이용 추천"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사업지에서는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4700여 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신가 재개발' 조합은 오는 17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 해지 안건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가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 주관·롯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등이 포함된 시공단(빛고을 드림사업단)과 시공계약을 맺었지만 공사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공단과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06만원 수준으로 합의했지만 이후 조합이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빛고을시공단이 재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조합은 시공사 해지를 추진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은 실제 시공 해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산 지역 3600가구 대단지 재개발 사업장인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4일 임시총회를 열고 포스코·롯데건설 사업단과 ‘시공사 계약 해지의 건’을 가결했다.
 
괴정 5구역 조합 관계자는 "의결받지 않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공사비 등 세부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해지를 결정하게 됐다"며 "4월 말~5월 초쯤 시공사 선정 총회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현재 3.3㎡당 시공비 595만원 이하로 시공할 건설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단 측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시공계약이 해지됐다는 결과만 조합 측에서 전해 들은 상황"이라면서 "추후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가 지난해 11월 시공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들도 여럿이다. 신천동 잠실진주는 삼성물산과 공사비 인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분양 일정이 미뤄졌고, 부산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 사업 또한 조합이 시공사 측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청받아 갈등이 예상된다.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에 정부도 공사계약을 할 때 쓸 수 있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갈등을 봉합할지는 미지수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사업은 정부 표준공사계약서를 이용하면 공사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사업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 조합과 건설사가 서로 양심적으로 원만하게 합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