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진실화해위원 "군경 희생사건 재조사, 김광동 직권남용"

2024-02-06 20:53

9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제70차 전체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들은 6일 김광동 위원장이 전체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을 의결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 위원장의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훈·이상희·오동석·허상수 위원 등 진실화해위 야당 추천 위원 4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이 진실규명을 의결한 위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재조사를 추진하고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며 "피해자 단체들과 협의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위원회 의결로 진실규명된 '전남 함평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의 한 희생자가 빨치산에게 살해당한 정황이 있다며 재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해당 사건은 이날 오전 원안 그대로 김 위원장의 최종 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원은 이날 전원위원회에서도 양당 추천 위원이 모두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사건의 가해 주체 등)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거친 절차"라며 "생년월일과 이름, 날짜 등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경정결정을 하듯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최종 결재를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의 담당 조사관도 이날 진실화해위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전체위원회에서 의결된 사항이 위원장님의 의문으로 재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이 합당한지 묻고 싶다"며 "이런 지시가 조사관들의 조사 의지를 꺾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함평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은 1949년 11월부터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까지 전남 함평군 일대 주민들이 부역 혐의 등으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일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제67차 전체위원회에서 여야 추천 위원들의 의결로 해당 사건 희생마 13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