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청신호' 켜진 한전...전기료 인상 미뤄질까 '속앓이'

2024-02-05 16:28
한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약 1조원 예상
재정난 해소에 요금 방향 잡기 고심할 수도
4월 총선 이후 전기료 인상 여부 결정될 듯

한국전력공사[사진=한전]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전 재무 상황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한전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바닥을 찍고 실적 턴어라운드에 진입한 한전 재무 상황이 향후 전기요금 인상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는데 4분기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된다. 시장에선 한전이 지난해 연간 5조70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32조7000억원 적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83%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한전은 이달 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포함해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전 재무 상황에 청신호가 켜진 건 지난해 말 국제에너지 가격에 따른 전력 구입비 감소가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9월 미국 서부 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올랐으나 12월에는 배럴당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일 때 지불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h당 141.19원이었던 통합 SMP는 점차 내림세를 보이다 12월에는 1㎾h당 131.12원까지 낮아졌다.

아울러 전기요금은 2022년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약 2조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이익을 내며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꽉 막힌 숨통이 조금씩 틔어가고는 있지만 한전 입장에선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시점, 폭 등을 고심하는 정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한전은 그간 꾸준히 '요금 현실화'를 주장해 왔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중요한 건 원가를 반영하는 합리적 전기요금 제도의 정착"이라며 "요금 조정은 꼭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결정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요금 현실화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까지 5번 인상한 후 여전히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결국 어느 시점에 얼만큼 올릴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달 말 발표되는 한전의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선 이후로 점쳐지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폭 등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