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친 고사리' 면세인데 '삶은 고사리'에 부가세…法 "1차 가공 아냐"

2024-02-05 10:40
2억4000여만원 부과 처분 무효 소송서 원고 패소
"수입시 포장 그대로 판매…면제 요건 해당 안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전경. 2023.06.12[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데친 고사리'가 아닌 '삶은 고사리'를 수입해 들여온다면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무역업자 A씨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중국에서 고사리 1200여 t을 수입하면서 품명을 '데친 고사리'로 신고해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받았다.

부가가치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중 부가세 면제 대상이 되는 수입 품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 건조·냉동·염장 등 원 생산물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1차 가공을 거친 식료품까지 여기에 포함한다.

데친 채소류 등 단순가공 식료품은 포장 단위 그대로 공급하면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단순 운반 편의를 위한 일시적인 포장은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세관은 A씨 수입 물품에 부가세 2억4219만원과 가산세 2166만원을 부과했다. '데친 고사리'가 아니라 '삶은 고사리'에 해당하고, 1∼2㎏ 단위로 포장돼 소매 판매되고 있어 부가세 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단순히 운송 편의를 위해 포장한 것일 뿐 소매 판매할 목적으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데친 고사리와 삶은 고사리를 구분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음에도 세관이 근거 없이 수입 물품을 삶은 고사리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입한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60∼80도 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시간 동안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 후 보존·살균 처리된 제품"이라며 "단순한 1차 가공만을 거친 데친 채소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포장 형태에 대해서도 "수입 시 포장된 형태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됐기 때문에 단순히 운반 편의를 위한 일시적인 포장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