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전세 갈아타기' 흥행은 좋은데···가계부채 관리 어쩌나?

2024-02-04 18:00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 흥행···접수 첫날 마감 행렬
"내 고객 뺏길라" 은행들, 너도나도 금리인하 경쟁 나서
플랫폼 경쟁 속 5대 은행 주담대 4.4조 '껑충'···9개월↑

[사진=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대출에서도 갈아타기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3조원 넘는 주담대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된 것은 물론 전세대출에선 갈아타기 출시 1시간 만에 접수가 마감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이런 흥행이 금융당국의 '부채 관리' 기조를 흔들고 있다. 갈아타기 서비스로 격화된 경쟁이 억눌렀던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해 부채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접수한 주담대 갈아타기는 총 1만4783건을 기록했는데 약 3주간 신청 액수로 보면 2조5337억원에 달한다. 주담대에 이어 출시된 전세대출 갈아타기도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5대 은행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지난달 31일 출시 이후 이틀 만에 1640억원(810건)이 접수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갈아타기 수요는 더 폭발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9일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 개시 하루 만에 한도를 소진했다. 이번 전세대출 갈아타기에선 케이뱅크가 지난 1일 접수 개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몰리는 수요에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렇듯 갈아타기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에는 은행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어서다. 현재 5대 시중은행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22~5.764%(1일 기준)로 하단이 연 3% 초반대로 떨어졌다. 변동형 금리 하단도 4.0%까지 고꾸라졌다. 전세대출 금리 역시 3% 중반을 기록 중인데, 인터넷은행이 3% 초반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는 향후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은행 간 경쟁을 추진해 가계 이자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금융당국의 목적이 빠르게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아타기 서비스가 흥행가도를 달릴수록 가계부채 리스크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웃돌 만큼 한국 경제에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공언했지만 갈아타기 서비스 등장 이후 가열된 경쟁 구도 속에 금리가 내려가고 이런 금리 하락이 다시 대출 증가로 이어져 당국의 관리 기조와는 상반된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말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143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9049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는 같은 기간 4조4329억원 불어났다. 직전월인 지난해 12월(3조6699억원)보다 증가세가 커진 것은 물론 9개월 연속 불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4조9958억원) 증가 폭을 제외하면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0년 10월(4조8539억원)과 견주는 수준이다. 여기에 대출 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으로 차주들의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부채총량 관리'라는 큰 줄기의 정책을 '이자부담 완화' 정책이 흔들고 있는 만큼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쟁 활성화로 금리를 내린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정부에서 다시 부채를 관리하라고 압박하면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관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 편익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