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고가도로 하부 공간, 지역사회 공원으로 활용하자

2024-02-01 05:00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캐나다 토론토시의 온타리오 호숫가를 따라 달리는 가디너 고속도로가 있다. 고가도로인 이 고속도로 아래에는 벤트웨이라는 1만5700㎡ 규모의 도시공원이 2018년에 조성됐다. 그 이전까지 이 고속도로는 도시와 온타리오 호수를 갈라놓는 물리적 장벽이었다. 벤트웨이 공원이 생기면서 고속도로 남북이 연결됐다. 공원에서는 연중 여러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열린다. 

공원은 개인 기부자와 공공 기금으로 현실이 되었다. 지역 자선가 두 분이 2015년 토론토시에 미화로 192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6년 토론토 시의회는 비영리 법인인 ‘벤트웨이 보존단체’를 설립해 공원을 창작 활동, 공공 예술, 도시 생활 연결 플랫폼 등으로 프로그램화하고 운영하는 제안을 승인했다.

이 단체는 토론토시, 주민, 예술가, 후원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금은 정부 보조금, 기부금, 기업 파트너십, 이벤트 수익 등으로 조달한다. 비용은 프로그램 진행, 시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인건비, 관리비 등에 지출된다. 

호숫가를 따라 이어지는 선형 공원은 길이가 1.6㎞ 정도다. 공원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약 10만명이 거주하는 7개의 도시 지역을 하나로 아우른다. 연중 내내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많은 주민과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다.

공원의 설계와 개발에서 지역사회 주민, 지역 단체, 예술가 등이 함께 광범위한 공개 절차를 거쳤다. 특히 지역의 자연보호협회는 누구나 공원을 즐기고 혜택을 누리는 개방적이고 친근한 무료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포트 요크 국립공원의 사적지에 포함되어 있는 벤트웨이 공원은 여러 원주민 부족이 거주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토론토는 온타리오주에서 원주민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벤트웨이 보존단체는 ‘도시의 상상력에 불을 붙인다’는 미션 아래 실험과 재생 등을 시현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공공 공원을 경험하는 방식을 재창조하고 있다. 예술 설치물, 안내 조형물, 워크숍, 여가 편의시설, 공연 등을 통해 주변 지역사회의 업그레이드를 돕고 있다. 

대중을 위한 공간으로 두 개의 원형 극장, 여름철 물놀이장, 주변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통로, 화장실, 무료 와이파이 등 시설이 있다. 특히 공원의 백미는 겨울철 스케이트장이다. 추운 겨울에는 대부분 공원 이용객이 급감함에도 이곳만큼은 많은 사람이 찾는다. 고가도로 기둥 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스케이트 얼음 산책길은 겨울왕국을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추가로 공원을 동쪽으로 계속 넓혀 더 많은 지역을 연결하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도시 놀이 탐구 전시회, 예술가 프로그램, 지역의 과거·현재·미래와의 대화, 공원 연장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점을 유지하고 기념하기 위해 설계된 공공 예술 설치물도 있다. 벤트웨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시 토론토 공공 예술 프로젝트이면서 커뮤니티 운동인 'It's All Right Now'를 주도했다. 당시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포용적 이민 사회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용적 공원 역할은 벤트웨이 자체 플랫폼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공공장소의 안전, 공중보건과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 작업의 결과는 다른 모든 공공장소가 포용적으로 가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버려진 브라운 필드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공공 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고속도로 아래의 건축 환경과 대기의 질이 개선되었다. 현장 빗물은 토종 식재와 투수성 지반 처리를 통해 현장에서 처리되고, 빗물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이동된 토양을 사용하여 물길을 만들었다. 건설 잔해물을 포함한 재활용 자재를 공원 전체의 포장 시스템에 사용하였다. 지역주민과 토론토 시민을 위한 자연재해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도권 외곽 순환 고속도로, 고가 철도 등을 포함한 고가 고속화 도로가 많지만 그 하부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지역사회 공원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가도로로 단절되는 이웃 동네가 함께 모여 공원과 문화를 즐길 기회가 늘어난다면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