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배터리社 울상...중국 보복 우려도

2024-01-22 18:55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제시
'韓 기업 생산' NCM 배터리 유리
中 LFP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 혜택 줄듯

올해 적용될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 초안에 '중국산 LFP 배터리 규제'가 포함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근심이 커졌다. 한국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의 소재 공급 대다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곧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개편안은 전기차 배터리의 밀도와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 차등 지급을 골자로 한다. 배터리의 밀도가 높고, 재활용 가치가 높을수록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런 보조금 정책 변화가 국내 완성차 업계를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산 배터리나 전기차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한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주요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주로 중국산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소재 특성상 재활용 가치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LFP가 아닌 NCM 배터리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

다만 한국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의 소재 공급을 대다수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이번 정책을 두고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 배터리 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배터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니켈 63%, 리튬 67%, 흑연 70%, 코발트 73%, 망간 95%에 달한다. 

중국 정부 내에서도 LFP 배터리를 겨냥한 보조금 차등은 불공정한 처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는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 관계자 쪽에 개편안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사안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중요 광물의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3개국과 광물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 국가에는 구리, 코발트, 니켈, 리튬, 아연 등이 매장돼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 역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 칠레에 리튬 가공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은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며, 칠레의 리튬 매장량은 930만톤으로 세계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논의된 개편안은 성능과 질이 좋은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밀도와 자원 순환성이 떨어지는 자동차에 계속 보조금을 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의 주 공급처인 중국 측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있어 중국의 반응을 살피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