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손실률 60% 눈앞…상반기 손실액 6조원 뛰어넘나

2024-01-21 14:02
올해들어 2296억원 원금 손실…손실률 최대 56.1%까지 올라
1분기 손실률 60% 가능성도…상반기 6조원 손실 상회 불가피
H지수 반등 기미 안보여…대규모 분쟁 조짐도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이 판매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손실액이 올해 들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손실률이 50%에 육박했지만 최근 최대 56.1%까지 뛴 모습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1분기 손실률이 60%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10조원에 이르는 관련 상품 만기가 예정된 가운데 손실액이 6조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ELS 상품에서 올해(19일까지) 원금 손실이 2296억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에서는 지난 8일부터 첫 원금 손실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은 것이다.

해당 기간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약 4353억원으로 이 중 2057억원만 상환됐으며 전체 손실률은 52.8%(손실액 2296억원)로 집계됐다. 만기 일자마다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서는 지난 17일 56.1% 손실률도 발생했다. 지난해 말 시장에서는 50%가량 손실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관련 수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분위기다. 

홍콩 H지수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 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하는 지수다. 통상 해당 상품 만기는 3년인데 상품이 판매된 2021년 2월 홍콩 H지수는 1만2000대를 넘어섰으나 지난해 말에는 절반가량 하락한 5769를 기록했다. 해당 상품은 관련 지수 하락률이 반영된다. 금융권은 미·중 갈등 장기화와 중국 경기 침체,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흐름 심화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얽혀 유의미한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융권은 해당 추세대로라면 올 1분기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의 원금 만기가 집중되는 가운데, 해당 기간 손실 규모가 6조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상품 판매 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는데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으로 상반기에 만기가 몰렸다. 

이와 맞물려 대규모 분쟁도 급증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5대 은행에 관련 민원이 518건 제기됐다. 지난해 관련 민원이 총 892건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불과 12일 만에 지난해 수치 절반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19일에는 해당 상품 투자자들이 금감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은행권이 홍콩 ELS가 고위험 상품임에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했다는 주장과 함께 금융당국에 불완전판매 책임과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한편 당국은 8일부터 홍콩 H지수 ELS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을 시작으로 이달 중 12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