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리스크 본격화…닷새 만에 1000억원, 이달 6500억원 손실 상회 전망

2024-01-14 17:00
전체 손실률 50.7%로 집계
상반기 만기만 10조원 이상…5조원 손실 불가피
민원 1400여건…대규모 분쟁 조짐도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관련 손실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닷새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된 데 이어, 당장 이달 6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전체 손실률도 시장 예상치와 부합하는 50%에 달해 상반기에만 5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500건에 달하는 소비자 민원도 빗발치고 있어 대규모 분쟁 조짐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상품에서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부터 첫 손실이 확정된 만큼, 닷새 만에 1000억원의 손실이 난 셈이다. 

아울러 해당 기간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약 2105억원이며, 이 중 1038억원만 상환이 이뤄져 전체 손실률은 50.7%(손실액 1067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시장에서는 50%가량의 손실률이 거론됐는데, 해당 예상치와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통상 해당 상품 만기는 3년인데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50%가량 약세를 보이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손실률을 점쳐왔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대를 넘어섰으나, 지난해 말에는 절반가량 하락한 5769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올해 상반기 해당 만기 규모의 50%가량인 5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H지수 ELS 상품의 판매 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은행 15조9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는데 △올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된다. 은행권은 손실 수치를 아직 구체화 할 수 없지만, 당장 이달 1조3000억원의 만기가 예상돼 1월에만 65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 분쟁도 급증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대 은행에 518건의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지난해 관련 민원이 총 892건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불과 12일 만에 지난해 수치의 절반가량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관련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H지수 ELS 손실과 관련된 배상비율 기준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최근 시행된 팀장·팀원 인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분쟁조정3국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분쟁조정3국은 은행이나 금융투자 관련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금감원이 해당 상품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아직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들의 불완전판매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지난해 말 실시한 '홍콩 H지수 ELS 서면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공식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사전검사 단계에서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공식화한 것은 사실상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실시되며, 현장조사를 통해 위법 건수 등을 확인, 경중을 따지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