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관광,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2024-01-21 13:52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관광인 신년 인사회에서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관광대국 도약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18일 열린 '2024년 관광인 신년 인사회'에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관광인의 힘, 함께 이루는 관광대국'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신년 인사회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차관을 비롯해 관광 분야 기관, 단체, 업계, 학계와 관광고 학생 등 2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현장 종사자들을 쏙 빼놓은 것은 물론, 현실성 없이 'K-관광 부흥'과 '4년 내 외래관광객 3000명' 같은 뜬구름 잡는 말만 되풀이하던 이전 신년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유 장관은 '현장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장관 취임 이후 각계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진행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날도 항공과 교통, 쇼핑, 안내, 국방(DMZ 평화의 길) 등 다양한 접점에서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받은 유공자들을 무대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명 달성을 목표로 잡은 문체부는 관광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6.6% 늘린 1조3115억원으로 책정했다. 

대부분의 신규 예산은 외국인을 위한 홍보 예산으로 활용한다.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점이 없는 사우디, 브라질 등 10개국에 한국 관광 홍보지점을 설치하거나, 주요 25개 도시에서 K-관광 메가 로드쇼를 개최한다. 짧은 영상 홍보물 제작도 새롭게 추진한다. 

다만 홍보 활동 이전에 관광 인프라 구축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먼저 외래관광객 2000만명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기간 3~4성급 호텔들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외래 관광객의 숙박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유숙박 규제가 엄격해 미등록된 불법 업소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문제다. 

또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객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민·관이 협력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통편 할인이나 지역 인프라 구축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지방 소도시들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육성한다. 

전자여행허가(K-ETA) 이슈도 한국에 오려는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는 원인 중 하나다. 무비자 입국이지만 사실상 허가가 잘 나지 않고 까다로워 해외 여행객들은 K-ETA를 'E-비자'로 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속담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K-팝과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오죽하면 현장에서는 "정부가 50년에 걸쳐서 해야 하는 홍보를 BTS가 단숨에 이뤄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매력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대외홍보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다시 오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